【STV 박상용 기자】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연일 ‘마이 웨이’를 외치고 있다. 덕분에 꼬인 정국은 풀릴 줄 모른다. 정치가 곤두박질 친 지금, 각종 경제지표는 최악을 달리고 있다. 대외상황은 날로 악화되는데 협치는 없다. 그야말로 ‘정치의 실종’ 시대다.
윤석열 대통령은 소수파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115석에 불과하다. 반면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69석, 정의당 6석, 기본소득당 1석, 시대전환 1석 등으로 범야권은 177석에 달한다.
정치란 기본적으로 세를 불리는 작업이다. 현대 민주정은 다수주의다. 다수를 점하면 이기고, 소수로 전락하면 진다. 51대49의 싸움에서 51이 되면 이긴다. 어찌 됐든 51이 되고봐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이끄는 여권은 의석수에서 압도적으로 뒤쳐진다. 그렇다면 야당과 협치를 해야 했다. 썩 내키지 않더라도 야당을 끌어안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그를 지지하지 않았던 절반의 국민을 존중한다는 신호를 보내야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토론 때 대범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각종 의혹에 휩싸여 있었고, 윤 대통령은 마치 그를 피의자 대하듯 했다. 이 대표의 말을 끊고 비아냥 대고 코웃음을 쳤다.
검사 윤석열이라면 응당 자연스러운 반응일 수 있겠지만, 대선 후보로 적합한 행동은 결코 아니었다. 문제는 이런 태도와 행동이 대통령 당선 후에도 이어졌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야당을 외면했다.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와 한 번도 마주하지 않았다.
전임 대통령들은 꽉 막힌 정국을 풀기 위해 수시로 제1야당 대표와 마주했지만 윤 대통령은 ‘마이 웨이’를 고집했다. 그 결과가 무엇인가. 거대 야당은 사사건건 윤 대통령 발목잡기에 올인하고 있다. ‘협치는 없다’고 선언하고 윤 대통령 비난에만 골몰한다.
통 크게 야당을 껴안을 수는 없었을까. 범죄 혐의자라도, 제1야당 대표는 국정의 파트너이다. 169석의 국회 제1당을 이끄는 수장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뼈를 깎는 심정으로 이 대표와 대면해 정국 주도권을 잡았어야 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그러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이는 게 큰 문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그는 대선 패배 후 패배의 그림자가 채 지워지기도 전에 제1야당 대표로 우뚝 섰다. 전통적으로 대선에 패배하면 패배의 책임을 지고 자숙한 전임자들과 반대 행보였다.
그는 연고도 없는 인천 계양구 을에 출마하며, 그 지역구의 터줏대감인 송영길 전 대표를 밀어냈다. 결국 이 대표만 당선되고, 민주당은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송 전 대표는 명분없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 망신만 당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각종 범죄혐의를 소명하는 데 민주당을 방패로 쓰고 있다. 검찰 소환조사에서는 지지자들과 당 의원들을 총동원해 세를 과시한다.
당 안팎에서 ‘사법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지만 모르쇠다. 여당이 공세를 펴고, 검찰이 영장을 청구해도 모르쇠로 일관한다. 이쯤되면 ‘모르쇠 제1야당 대표’다.
국회 제1당이라면, 국가 경영의 비전을 제시하고, 흔들림없는 입법으로 개혁을 추진하며, 민생에 최우선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 대표의 의혹에 휩싸여 방탄 정당으로 전락했다. 강성 지지자들에 좌우되며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사퇴해야 당도 살고 이 대표도 산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이 대표는 보란듯이 국회 본청 앞에서 ‘검찰독재 성토대회’를 열었다. 자신을 건드리면 뒤에 수많은 지지자들이 가만 있지 않을 것이라는 허장성세를 보였다.
국회에서 제1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앞두고 있다.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 사법리스크 프레임은 이어질 것이고, 가결이 되면 이 대표는 체포된다. 어느 쪽이든 국회와 국민이 입는 상처는 클 것이다.
정치가 실종된 자리에는 파탄 난 민생이 남는다. 대통령과 제1야당의 우직한 마이웨이는 언제쯤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