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김충현 기자】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의혹을 받는 ‘불법 대북송금 사건’에 대해 경기도를 향해 ‘2019년 아시아태평양 국제대회’ 결과보고서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민 의원의 요구는 사실상 같은 당 소속인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공격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9년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표의 방북을 위한 비용이 이 대회에서 북측에 건네졌다는 의혹이 나온 가운데 경기도가 “수사 및 재판 중인 사안”이라며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민 의원은 꼬집었다.
친명계인 민 의원은 지난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김동연 경기도지사님, 김광민 변호사가 요청한 자료를 제출해 주시라”며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 변호인단은 ‘쌍방울 사건’ 관련 정치 검찰의 악의적 조작에 맞서 진실을 밝히려 한다”라고 썼다.
김광민 변호사는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1심 9년 6개월형을 선고 받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변호를 맡고 있다. 현직 경기도의회 의원이기도 하다.
민 의원은 “검찰은 ‘이재명 방북비용 대납 대북송금 사건’이라고 주장하고, 민주당과 변호인단은 ‘남북 합작 쌍방울 주가조작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김 변호사가 요청한 경기도 자료는 진실을 밝히는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경기도가 계속 자료 제출을 거부한다면 검찰을 돕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검찰을 공적으로 삼고 공세를 펴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김 지사를 겨냥해 검찰 돕고 있다고 힐난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 의원은 앞서 김 변호사도 경기도를 비난한 글도 거론하고 나섰다. 김 변호사는 “경기도에 ‘2019년 아시아태평양 국제대회’ 결과 보고서 제출을 요구했는데, 경기도가 밑도 끝도 없이 못주겠다고 한다”며 “열람이라도 하겠다니 수사·재판 중인 사안이라 불가하다고 한다. 무슨 이 따위 답변이 있느냐”라고 반발했다.
민 의원의 비난에 강성 친명 지지자들은 “김동연 탈당하라” “내부총질하나”라면서 김 지사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경기도는 민 의원의 지적에 ‘유감’이라고 입장을 표했다. 경기도 측은 “김광민 도의원이 요청한 자료는 수사 및 재판 중인 사안으로 정치적 악용의 소지가 있어 거부한 바 있다”라고 언급했다.
이들이 공방전을 벌인 날은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에서 화재가 나 수십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바로 다음날이다. 김 지사는 합동분향소 설치 및 도청 인력 배치 문제로 여념이 없었다. 분위기를 의식한 듯 민 의원과 김 변호사는 페이스북에서 비난하는 글을 삭제했다.
일각에서는 친명계와 김 지사의 충돌로 보는 해석도 나온다. 김 지사는 지난 총선 당시 공천 탈락한 친문계 전해철 전 의원을 도정자문위원장으로 내정했다.
또한 이 대표의 연임을 위해 당헌·당규 개정이 추진되자 “특정인 맞춤 오해”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공개적으로 반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