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김충현 기자】“나 빼고 친구들은 다 준비했어.”
서울에 사는 김형민(78) 씨는 최근 가족사진을 찍을 때 독사진도 함께 찍었다.
가족들에게는 미리 “장수사진을 찍어야 한다”라고 귀띔을 했다. 장수사진이란 ‘영정사진’을 의미한다.
노인들 사이에서 영정사진을 미리 준비하자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언제든 자신이 세상을 떠날 수 있다는 생각에 미리미리 준비하자는 마음으로 영정사진을 찍는 것이다.
사전장례의향서를 작성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는 시점에서 노인들의 영정사진 준비 의욕이 커지는 점은 적절해 보인다.
영정사진을 준비하면서 사전장례의향서를 작성하는 것은 더욱 바람직하다.
사전장례의향서는 ▲부고 ▲장례식 규모 ▲장례 형식 ▲장일 ▲부의금 ▲음식대접 ▲염습 ▲수의 ▲관 ▲시신처리 ▲화장·매장 후 장법 ▲기타 등을 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전장례의향서를 통해 부고를 알려야 할 사람에만 알리고, 전통문화 계승 차원에서 장례를 치르며, 불교식으로 장례를 치러달라고 명시할 수 있다.
장일은 가급적 3일을 지켜주고, 부의금은 ‘가급적 받지 말라’, 음식대접은 잘 대접해주길 바란다, 수의는 검소한 것 혹은 평소 즐겨 입던 옷으로, 관은 소박한 관으로, 시신은 화장·매장·기증 등을 정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에서도 사전장례의향서 작성이 늘어나면 궁극적으로 일본처럼 슈카쓰(終活)가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슈카쓰란 일본에서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 하기 위해 죽음을 미리 준비하는 전반적인 활동을 말한다. 생전에 장례나 묘 준비, 상속 등 사후 대책을 종합적으로 세우는 것이다.
한 장례업계 관계자는 “영정사진 촬영 붐을 계기로 ‘사전장례의향서’ 작성이 늘어나길 바란다”면서 “시간이 지나면 한국에서도 슈카쓰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