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임정이 기자】현재 부동산 시장은 높은 금리와 집값 하락,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해 불안정한 모습을 띠고 있다. 이에 정부는 대출 규제 완화 등 각종 안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부동산 침체는 장기화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로 인해 전례 없던 전혀 다른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청약시장의 인기가 사그라지면서 청약통장 해지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국토교통부(국토부)에서 받은 자료에 의하면,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지난해 6월 기준 2860만명에서 지난달에는 2774만명으로 7개월 만에 86만명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청약통장 해지 수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월 불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11월의 경우는 무려 한 달 동안 51만 9000명이 청약통장을 해지하는 등 메가톤급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청약통장 해지자가 가파르게 증가함에 따라 연쇄적으로 예치금 또한 줄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전국 청약통장 예치금은 100조 1849억원으로 집계돼, 예치금이 정점을 찍은 지난해 7월(105조 3887억 원)보다 5조 2028억원(-4.9%) 감소했다. 청약통장 해지는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해 100조원 밑으로 떨어진 전망이다. 부산의 경우, 지난 7개월간 5371억원이 줄어들어 무려 8.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저 거래량이 경신된 것이다. 이는 굉장히 충격적인 지표라 할 수 있다.
그 중 예치금이 가장 크게 감소한 곳은 서울이었다. 부동산 시장의 선행지표인 서울의 경우 지난해 6월 32조 7489억원이었으나, 지난달에는 31조 1817억원으로 집계됐다. 7개월 만에 무려 1조 5671억원(-4.8%) 감소한 것이다.
예치금 감소는 대대적으로 발생해 지방 부동산의 경우도 다를 바 없었다. 대구는 지난해 4월 4조 2241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9개월 만에 5310억원(-14.4%)이 감소했다. 경북은 지난해 6월 정점에 대비해 지난달까지 3496억원(-11.5%), 부산은 5371억원(-8.8%) 각각 감소했다.
반면 청약통장 가입자가 점점 줄어드는 이유는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 내 집 마련에 대한 욕구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직장인 최모(30대) 씨는 “취업하자마자 주변에서 청약통장은 필수라고 해서 가입했는데 지금은 애물단지다. 집값이 내려가는 상황에서 청약을 넣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며 “넣어도 1인 가구라 당첨 가능성이 작고 금리도 낮아서 해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는 청약통장 해지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충조평판했다. 여경희 부동산 R114 수석연구원은 "집값이 하락하면서 청약시장에 대한 수요자들의 기대 심리가 식은 가운데 청약 당첨 가능성이 희박한 저가점자들 중에서 일부가 청약통장을 깨고 고금리를 보장해주는 통장으로 갈아타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청약제도가 개편되더라도 통장을 오래 유지한 사람이 가점을 많이 받아 당첨 기회가 올라가는 것은 변함없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험처럼 길게 유지하는 편이 낫다”며 “급한 돈이 필요하면 통장 해지보다는 청약통장을 담보로 대출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약통장 담보대출을 이용하면 거액을 미리 쓸 수 있고, 청약에 필요한 납입 횟수와 가입 기간을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에 반해 주택청약종합적축을 해지할 경우, 해지 수수료를 부담해야 할 뿐만 아니라 청약 신청 시 중요한 지표가 되는 주택청약통장 납입 횟수 누적 결제 건수가 초기화되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다만 주택청약 담보대출의 경우, 은행별로 적용되는 금리가 다르기 때문에 가입 요건을 차분히 파악한 뒤 결정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시장의 거센 풍랑이 예고되는 2023년이지만, 버블이 꺼지고 나면 분명 ‘기회’가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