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이영돈 기자】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8일 이재명 대통령 초청으로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마주 앉았다. 지난달 26일 전당대회에서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13일 만이며, 정 대표가 "내란 세력과 악수하지 않겠다"고 밝힌 지 37일 만에 이뤄진 첫 악수였다.
이날 오찬은 정오께 대통령실 10층 연찬장에서 80분간 진행됐으며, 각 당 비서실장과 수석대변인, 대통령실 강훈식 비서실장과 우상호 정무수석 등이 동석했다. 테이블에는 비빔밥, 배추된장국, 소고기 양념구이와 생선 요리 등 다양한 메뉴가 올랐다.
눈길을 끈 것은 대통령과 참모진의 ‘드레스 코드’였다. 이 대통령은 파란색과 빨간색이 교차된 ‘통합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으며, 강 비서실장도 유사한 색상의 넥타이를 착용했다. 정 대표와 민주당 인사들은 파란색 계열, 장 대표와 국민의힘 인사들은 빨간색 계열 넥타이를 매며 각 당의 상징색을 드러냈다.
오찬장에 먼저 도착한 장 대표는 이 대통령을 기다리며 우상호 수석과 대화를 나눴다. 잠시 뒤 정 대표와 함께 입장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의 손을 먼저 잡은 뒤 정 대표에게 손을 내밀도록 권유했다. 결국 정 대표가 장 대표의 손을 맞잡으면서 두 사람의 첫 악수가 성사됐다. 이 대통령은 “손을 잡고 기념사진을 찍으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며 화합을 강조했다.
분위기는 대체로 화기애애했다. 장 대표는 발언에서 "정 대표님과 악수하려고 마늘과 쑥을 먹기 시작했는데, 미처 100일이 되지 않았는데 악수에 응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농담을 던져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약 3천 자 분량의 모두발언을 통해 현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면서도 "부탁의 말씀을 드린다", "잘 살펴봐 줬으면 한다" 등 비교적 온화한 표현을 사용했다.
정 대표는 "뒤늦게나마 당선되신 것을 축하드린다"며 "다음에도 좋은 만남이 오늘처럼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도 "비상계엄에 대해 책임 있는 세력은 국민께 진정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뼈 있는 메시지를 남겼다.
마지막 발언에 나선 이 대통령은 "여당이 더 많이 가졌으니까 더 많이 내어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고, 정 대표는 "네,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장 대표를 향해 "대표님 말씀에 공감 가는 게 꽤 많다"며 "많이 도와주실 것 같아 안심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 대표 발언에) 반론하고 싶은 부분이 있을 것 같다"며 장 대표에게 다시 발언 기회를 주자, 장 대표는 "이런 게 협치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여당과 한 번 대화할 때 야당과 두 번, 세 번 대화해 달라"고 화답했다.
오찬 후에도 이 대통령은 장 대표와 30분간 단독 회동을 이어가며 협치의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