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이영돈 기자】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해온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통일교와 정치권 간 ‘정교유착’ 의혹을 놓고 편파 수사 비판에 직면했다. 통일교 측이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 인사들에게도 금품을 제공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도, 현 집권 여당인 민주당 인사들에 대해선 사실상 수사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논란의 출발점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진술이다. 윤 전 본부장은 특검 조사에서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 인사들과도 밀접히 교류했고 금품을 건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특검팀은 별다른 수사 없이 최근에서야 사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이첩해 “수사도 안 하고, 이첩도 안 한 채 사안을 뭉갰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특검팀은 지난 8일 브리핑에서 “윤 전 본부장의 진술 내용이 인적·물적·시간상으로 볼 때 명백히 특검법상 수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의혹의 핵심인 김건희 여사, 윤석열 전 대통령, 명태균씨, 건진법사 전성배씨 등 특검법에 명시된 인물들과 직접 관련이 없고, 시기도 문재인 정부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 특검 수사 범위 밖이라는 주장이다. 특검팀은 “기존 법리와 판례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론”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특검이 수사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했다는 반론이 나온다. 2002년 ‘이용호 게이트’ 당시 대법원은 특검 수사 범위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합리적 관련성’을 제시했고, 이후 법원은 입법 취지·확보된 증거·전반적 수사 내용을 종합해 관련 사건을 폭넓게 인정해 왔다. 2017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에서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이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 수사가 별건이라고 다퉜지만, 서울고법은 “국정농단 의혹의 진상 규명이라는 특검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수사 대상에 포함된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023년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 사건 특검에서도, 군무원 양모씨의 피의사실 누설 혐의에 대해 법원은 혐의 사실과 특검법 취지를 고려해 수사 범위 안에 있다고 판단했다. 대부분 특검법에는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조항이 포함돼 있고, 법원도 이를 근거로 인지 사건을 넓게 인정해 왔다. 김건희 특검법 역시 수사 대상을 규정한 2조 16호에 “1∼15호 사건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범죄행위 및 특검 수사를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하고 있다. 지난 9월 개정 특검법은 인지 사건 범위를 범인은닉, 증거인멸, 위증, 허위감정통역, 장물 관련 범죄 등으로 좁히고, ‘영장으로 확보한 증거물을 공통으로 하는 범죄’로 수사 범위를 보다 구체화했다. 다만 특검팀이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확보한 시점은 8월 말로 개정법 시행 전이다. 이 때문에 “과거 판례 취지에 맞춰 좀 더 적극적으로 수사 범위를 해석했다면 논란을 줄일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검팀은 한편으로 당시 윤 전 본부장의 진술 신빙성 자체에도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술 내용이 “∼한 것 같다”, “∼일 수도 있다”는 식의 추정적 표현에 그쳐 본격 수사로 이어갈 만한 정도는 아니었다는 이유다. 그럼에도 정치적 파장이 큰 사안을 3개월 넘게 사실상 방치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이 나온 뒤 내사 사건번호가 부여된 것은 지난달 초, 진술 시점으로부터 약 3개월이 지난 뒤였고, 경찰 이첩은 편파 수사·직무유기 논란이 거세진 뒤인 최근에서야 이뤄졌다. 현재까지 알려진 윤 전 본부장의 진술에 등장한 여권 인사는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과 민주당 출신 전직 의원 등 2명이다. 윤 전 본부장은 전 장관이 국회의원이던 2018년 9월 통일교 천정궁을 찾아 한학자 총재에게 인사하고, 현금 4천만원과 까르띠에·불가리 명품 시계 2개를 받아 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민주당 출신 전직 A 의원에게도 금품이 전달됐다는 식으로 특검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재수 장관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저를 향해 제기된 금품수수 의혹은 전부 허위이며 단 하나도 사실이 아니다”라며 “저는 의정활동은 물론 개인적 영역 어디에서도 통일교를 포함한 어떤 금품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근거 없는 진술을 사실처럼 꾸며 유포하는 행위는 명백한 허위 조작이며, 제 명예와 공직의 신뢰를 정면으로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적 행위”라고 반박했다. 수사 범위 해석을 둘러싼 법리 논쟁과 별개로, 정·교 유착 의혹의 민감성을 감안할 때 특검팀의 소극적·지연된 대응이 스스로 신뢰를 깎아먹었다는 비판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