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장례지도사 김민주·김상우 씨
대학원 공부하면서 장례문화 발전 방안 연구
사고사 시신 복원 후 “고맙다” 듣고 입관식 참관인원 보며 삶 돌아봐
장례문화 간소화 이후 대안 고민까지
“장례는 팀플레이” “전문가의 책임감 갖길”
서양에서 Z세대(GenZ)로 불리는 MZ세대는 우리 사회에서 흔히 20대~30대 초반에 이르는 세대를 일컫는다. 사회는 그들을 ‘예의 없고 자기중심적이다’, ‘책임지지 않고 권리만 취한다’라고 낮춰본다. 그렇다면 장례업계에서 일하는 ‘MZ 장례지도사들’은 어떨까. 경력 2년 차 장례지도사인 김민주(26)·김상우(24) 씨는 확고한 주관 아래 소명의식을 갖고 일하고 있다. 동국대 생사문화산업학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두 사람은 ‘미래를 준비하는 장례지도사’이다. 이들을 만나 장례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편집자 주>
-만나서 반갑습니다. 두 분 모두 사회인으로는 비교적 젊은 분들인데, 장례지도사를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이하 상조장례뉴스)
김민주, 초등학교 6학년 때 친할아버지 장례를 치렀어요. 할아버지께서 생전에 많이 아껴주셔서 시신 안치 및 화장까지 다 보고 싶었는데 집안 어른들께서 “아직 어리니 집에 있어라”라고 하셨죠. 어린 마음에 울며 떼를 썼는데 장례지도사님께서 “장례과정을 거치며 아이가 할아버지를 잘 보내드릴 기회일 수 있으니 괜찮을 겁니다”라고 말씀을 해주셔서 할아버지를 잘 보내드렸어요. 고등학생 때는 ‘장례를 치를 때 미성년인 아이들도 장례 과정들을 지켜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는 주제로 토론했어요. 토론 이후 집 근처 대학병원에서 장례지도사님을 만나 어떻게 이 직업에 종사하게 된 이유와 자격증에 대해 여쭤봤어요. 장례지도사님이 친절히 알려주셨고, 장례지도학과를 추천해주셔서 학부를 거쳐 자연스럽게 장례지도사의 길을 걷게 됐어요.
김상우, 고등학교 3학년 때 코로나19로 인해 등교를 안 하면서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어요. 동양철학(논어, 맹자, 사자성어, 고사성어) 책과 명언 모음집을 읽다가 무속(巫俗) 쪽에 관심이 생겼어요. 원래 영성이 강한 체질이고요. 그러다 장례를 알게 됐고, 미개척 분야라고 생각해 장례 관련학과를 거쳐 장례지도사가 됐어요.
-이 일을 하기 전과 후에 장례지도사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바뀌었나요? 또 장례를 진행하시면서 기억에 남았던 순간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김상우, 장례지도사의 구(舊) 명칭인 장의사(葬儀社)에 대해 사람과 사자(死者)의 중간이라 생각했어요. 학부와 현장에 근무하면서 생각이 바뀐 점은 의사(醫師)라고 불릴 정도로 전문적이고, 매력적인 직업군이라는 점이에요. 입관식 때 같이 있는 가족과 지인이 몇 명인지 볼 때가 기억에 남아요. 인원이 많을 때는 천주교 장례미사로 대략 40~50명 정도 돼요. 무교인 경우 20~25명이면 많이 오시는 편이고요. 그럴 때는 고인분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느껴져요. 반면 고인의 아들 한 분만 오는 경우도 점차 늘고 있죠.
김민주, TV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의 팬이라, 일을 하기 전에 ‘시신’에 (막연한) 거부감이 있었어요. 직업인이 될 때까지도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있었는데, 일을 시작하니 장례지도사에 대한 존경심과 경외심이 생겼어요. 당연하게도 시신에 대한 공포감은 줄었죠. 사고로 숨진 고등학생이 있었는데, 가족들이 입관식에 들어오지 못할 정도로 힘들어했어요. 저는 용기를 내 가족분들께 “앞으로는 사진으로만 뵐 수 있는데, 저희가 최대한 얼굴을 복원해드렸으니 후회 남지 않게 보시는 게 어떨까요?”라며 권유했어요. 입관이 끝난 후 부모님이 오셔서 “아들 얼굴이 편해 보였어요. 선생님 덕분입니다”라고 하셨던 게 마음이 찡하고 아팠던 경험이에요.
=장례 현장에서 젊다는 이유로 겪는 어려움이나 편견, 혹은 유가족이나 주변 분들의 시선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나요?
김민주, 제가 20대 중반이고, 보통 장례를 주관하시는 분들(상주들)이 최소 30대부터라서 상담 때 유가족이 의심하거나 “이 젊은 사람이 뭘 알겠어”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어요. 처음에는 기분이 안 좋았는데, 이런 말에 상처받기보다 제가 더 전문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게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말투도 최대한 ‘MZ스럽지 않게’ 말씀드리려 하고요.
김상우, 장례식장 특성상 입사순으로 서열이 정해져요. 제가 20대 중반인데 제 다음으로 입사한 분들이 50대 후반, 40대 중반이에요. 입사는 제가 빠르지만, 나이 부분에서 막내라 그 차이에서 오는 딜레마가 많죠. 그래도 젊은 게 오히려 유가족분들에게 장점으로 작용하는 거 같아요. 좀 더 전문 지식을 배운 사람처럼 보인다고 할까요? 유가족이 아니더라도 새로 만나게 되는 사람들에게 장례업에 종사한다고 하면 대견하게 생각하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따로 어려움과 편견은 없어요.
-장례지도사는 유족의 슬픔을 온몸으로 마주해야 합니다. 개인적 멘탈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고인과 유가족의 애도 과정을 통해 어떤 것들을 배우고 느끼는지 궁금합니다.
김상우, 삶에서 만남이 있었으면 이별도 있는 법, 그 여운만큼 아쉬움과 슬픔은 당연하게 생각해요. 장례식에서 ‘내가 (고인을) 정중히 모셔야 나중에 (저승에서라도) 도움을 받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하니까 멘탈 관리의 필요를 느끼진 않아요. 단지 (장례식장) 근무 형태가 당직-비번 구조다 보니 퇴근 후 무언가를 하기 어려워서 힘든 건 있죠. 애도 과정에서는 (유족이) 전화로 운명 소식을 들었을 때의 모습과 현장에 나가서 간단한 가정사를 들었을 때, 입관할 때까지는 무덤덤한 사람과 오열하는 사람 등으로 나누어지는데 입관이 끝나고 종교별로 또 달라요. 성복전(成服奠, 성복제(成服祭))을 할 때 곡(哭)소리를 내고 그 후에 모습을 보면 입관을 기준으로 전후(前後)가 다른 것을 많이 느끼죠.
김민주, 멘탈 관리법은 ‘깊게 생각하지 않기’입니다. 장례는 심적으로 지쳐있는 사람들을 하나의 의식으로 치유하는 것인데, 이미 망가져 있는 분들의 마음이 모나게 말로 나올 수도 있어요. 이 점을 이해하고, 최대한 가족분들에게 맞춰 절차에 차질 없이 마무리 짓는 걸 목표로 해요. 항상 느끼는 거지만 고인과 유가족의 마지막을 함께하면서 제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사랑하는 가족과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요.
-젊은 장례지도사로서 현재의 장례 문화를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할지, 또한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민주, 장례 문화는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사와 제례도 축소되고 있고, 장례 자체를 금전적인 면과 시간적인 면에 맞추는 게 다반사예요. 장례를 전공하면서 항상 의아했던 점이 ‘제사와 제례를 축소하면서 가장 중점이 되어야 되는 건 과연 무엇일까?’였어요. 이를 위해 제례를 깊이 파보아야 되는데, 석사 과정에서 중점적으로 공부할 계획이에요. 새로 시도하고 싶은 건 ‘사전장례’예요. 사전장례는 본인이 살아있을 때 미리 장례방법, 수의 등과 같은 장례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준비하고, 본인이 주관하는 장례를 진행하는 것이에요. 일본이나 미국 같은 곳에서 이미 하고 있다는데, 한국적인 정서에 맞추어 진행해 보고 싶어요.
김상우, 장례 문화는 ‘간소화’되고 있다고 봐요. 유교가 한반도에 들어오고 나서 확장되었던 상례 문화가 코로나19 이후로 급격하게 단일장(短日葬), 무빈소장(無殯所葬) 형태로, 가족 형태의 변화에 따른 무연고장(無緣故葬)으로 변하면서 장례가 점차 애도의 기능은 축소되고 시신 처리의 기능만 가지게 되지 않을까 걱정돼요. 점차 (의례를) 장례지도사에게 인계하는 경우가 많아서 유가족에게 신뢰받는 직업으로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업무로 변해야겠죠. 또한 입관식의 영상화에 대해 화두를 던지고 싶어요. 해외에 체류해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유가족이나 사정이 있어 참석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필요한 듯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해보려고요.
-선배 장례지도사들이나 기성세대 동료들과 세대 차이를 느낄 것 같은데요. 선배들로부터 배운 점은 무엇이고, 개선했으면 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김상우, 선배 장례지도사들은 학원 출신이나 장의사 시절에 민간 자격증 시절부터 장례를 하신 분들이다 보니 이론보다는 실무에 치중한 분들이 많았어요. 장례를 하는 여러 사수(선배) 중에도 어떤 마음으로 장례에 임하는지 행동에서 보이고요. 제일 먼저 배운 게 “오직 자기 자신만 믿어라”였어요. 각자 원하는 스타일이 다르니 선배도, 유가족도, 전날 입관했다라는 말도 믿지 말라는 거죠. 자신의 스타일을 밀고 가야 한다는 말이에요.
김민주, 선배들로부터 배운 점은 ‘유족들에게 선택권을 줘라’예요. 말로 하는 게 생각보다 크게 작용하고, 무엇보다 ‘아’ 다르고 ‘어’ 다른 게 확 체감이 되더라고요. 가끔 상주나 외부 업체들이 와서 상담이나 일정 조율할 때, 상대방에게 선택권을 드려요. 또한 업계에서 개선해야 될 점은 (선배들이) 본인이 해오신 틀 안에 맞추려고 한다는 점이에요. (저는) 장례 절차는 똑같아도 방법이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가끔 (자신의 방식을) 고집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장례지도사로서 이루고 싶은 개인적인 목표나 비전은 무엇인가요? 장례 문화나 업계에 어떤 영향을 주고 싶으신가요?
김민주, 대답이 너무 MZ 같지만…(웃음) 장례업계에서 최고가 되는 게 목표예요. 이러한 목표를 위해 ‘협력과 존중’을 해야 하고요. 혼자 장례를 치를 수는 없고, 다른 분들과 협력해서 장례를 하니까 ‘장례는 팀플레이’예요. 이 방면의 연구를 통해 좀 더 입지를 굳히면 좋을 듯해요.
김상우, 제가 석사논문으로 고려 중인 ‘입관실명제(入棺實名制)’ 도입으로 장례지도사가 좀 더 전문직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예요. 인간은 자연의 섭리에 따라 생로병사(生老病死)를 겪는데 결국 누군가의 손을 마지막으로 저승으로 가게 되는, 그 마지막을 담당하는 장례지도사가 더 좋은 환경에서 고인을 봉(奉)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려고요.
-각자 재밌게 읽으신 책 3권 이상 추천해주세요.
김민주, 유재철 선생님의 <대통령의 염장이>라는 책과 신재열 세무사의 <신재열 세무사가 알려주는 자산을 늘리는 상속 비법>, 장재훈 작가의 <당신도 속고 사십니까>를 추천해요. 유재철 선생님은 여러 대통령과 주요 인사들을 염하며 겪은 일들을 책으로 냈는데, 장례를 몰랐던 초창기에는 ‘이게 뭐지’하며 읽었다면 현재에선 ‘이런 면은 생각도 못 했다!’라는 감탄사를 내뱉으며 읽어요. 신재열 세무사의 책은 상속비법에 대해 속속히 알려주고요. 장재훈 작가는 장례의 뿌리인 ‘죽음의 내세관’에 대해 심도 있게 풀어내요.
김상우, 죽음에 대해 알려면 죽음의 5가지 단계를 보여주는 <죽음과 죽어감>(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을 읽어야 해요. <이봐, 젊은이>(리틀콜드)는 70대 할머니와 같이 사는 20대 젊은이 이야기인데 세대 차이를 이해할 수 있어요. 제 책인 <Egg았다!>(김상우)도 추천해요. 제목은 유레카에서 가져온 말(알았다!)을 부산식 사투리로 쓴 건데 대인관계나 철학을 다뤘어요.
-마지막으로 장례지도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김상우, 장례지도사가 되고 싶다는 초심을 잃은 분들이 있어요. 간혹 유족에게 예의 없이 대하다 그만둔 사람들도 있고요. 모든 고인과 유가족분들을 초상(初喪)처럼 생각하시고 지도사(指導士)로서, 전문가(專門家)로서 끝까지 책임지고 장례에 임해주시길 바랍니다.
김민주, 현재 장례 관련 취업이 어렵고, 중고신입(경력있는 신입)을 원하는 장례식장 및 상조회사가 많아요. (그래도) 장례업을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흐름을 타고 전진하시면 원하는 목적지에 닿을 수 있어요. ‘MZ’를 포함한 모든 예비 장례지도사분들, 꼭 자신만의 필살기를 하나씩 준비하시면 많이 도움이 될 테니 실습 때 많이 보고 직접 해보세요. 꼭 기회가 찾아올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