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으로 시작된 조기 대선 정국은 국민의힘의 패배로 끝났다.

뚜껑을 열어보기도 전에 포기하는 분위기였던 국민의힘은 대선 직전 김문수 후보의 열정적 유세와 지지자들의 결집으로 고무되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기대하는 이변은 없었다. 국민의힘에게 중요한 건 오히려 지금부터다. 이제 어떻게 체질을 개선하느냐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와 다가올 총선에서 득표율이 달라질 것이다.

국민의힘은 12·3 비상계엄과 이어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어정쩡한 스탠스를 취했다. 당내에 비상계엄 반대와 탄핵 찬성의 목소리가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했다.

오히려 ‘아스팔트 극우’로 불리는 전광훈 목사 무리와 어울리며, 국민적 분노를 부채질 했다. 비상계엄 사태가 안 그래도 부진했던 내수를 얼어붙게 만들고, 자영업자를 궁지로 몰아넣었음에도 “아무 일도 없었다”면서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여론이 끊임없이 윤 전 대통령과의 단절을 원했지만, 선긋기에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다가 시기를 놓쳐버렸다.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이 탈당하면 표가 떨어질 것이라는 궤변마저 늘어놓았다.

대선 후보 선출은 한 편의 서글픈 코미디였다. ‘김덕수’라며 자신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단일화할 것이라 호언장담했던 김문수 후보는, 정작 대선 후보로 선출되자 말을 뒤집었다.

단일화가 유일한 승리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한밤 중에 김 후보를 제치고 한 전 총리를 대선 후보로 등록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상 초유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당원들의 반대로 저지됐다.

이처럼 국민의힘이 내우외환을 겪은 상황에서 나선 대선 레이스가 제대로 될리 만무했다. 무리하게 쫓아낸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단일화에 콧방귀를 끼었고 끝까지 완주했다. 보수가 분열한 상황에서 비상계엄 악재까지 안고 대선 승리는 언감생심이었다.

국민의힘은 이제부터라도 윤 전 대통령과 단호하게 선을 긋고 당 재건에 나서야 한다. 건전한 보수세력을 중심으로 ‘미래 세력’ ‘수권 세력’이라는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국민들은 국민의힘이 새로운 지도부를 어떻게 구성하는지부터 지켜볼 것이다. 신선한 지도부 구성이 국민의힘의 새 출발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