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차용환 기자】미국이 유럽에 “자기 안보나 집중하라”고 주문하면서 유럽이 발칵 뒤집혔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31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중국을 “임박한 위협”(imminent threat)이라고 경고했다.
동시에 유럽 국가들이 유럽 안보에 집중하길 바란다라고 주문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우리는 유럽의 압도적인 국방 투자가 유럽 대륙에 집중되기를 바란다”며 “이렇게 해야 유럽과의 협력을 유지하되, 인도-태평양 국가로서의 비교우위를 살려 인도-태평양 파트너들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럽은 발칵 뒤집혀 강하게 반발했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의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유럽 안보와 태평양 안보는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라면서 아시아와 유럽 모두에서 활동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칼라스 대표는 “중국을 걱정한다면 러시아도 걱정해야 한다”며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고 있으며, 북한 병력이 러시아에 투입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또한 “우리는 미국도, 중국도 아니다. 양측 모두에 의존하고 싶지 않다”며 “유럽과 아시아가 함께하는 ‘제3의 길’을 추구할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는 뉴칼레도니아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등 인도·태평양 지역에 약 8000명의 병력을 주둔시킨 상태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발언이 유럽의 방위력을 단지 유럽에 가두려는 뜻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영국, 프랑스 등은 이미 수십 년 동안 아시아 지역 방위 협력과 방산 관계를 유지 중이며, 단기간 전략적 입장을 바꾸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영국은 이달 말 항공모함을 싱가포르에 파견할 예정이다. 또한 유럽 방산 기업들도 수십년 전부터 동남아에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