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살률 1위’ 오명을 씻으려면 패러다임부터 바꿔라.”
“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범부처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
【STV 김충현 기자】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19일 열린 ‘정부의 생명존중·자살방지 정책 평가와 향후과제’ 토론회에서 쓴소리가 쏟아졌다.
정부가 OECD 국가 중 18년간 자살률 1위의 오명을 씻기 위해 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을 세웠지만,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기조강연에 나선 박인주 한국생명운동연대 상임고문은 정부의 자살예방 정책을 평가하면서 ▲정책결정자의 정책의지 ▲법·제도적 장치 ▲자살예방 종합계획 및 실천성 ▲민관 거버넌스 구성 내용과 정책 실행체계 등 4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이어 자살예방 실패 원인으로 ‘예산의 절대 부족’을 강조했다. 2023년도 자살예방 관련 사업 예산이 488억4천7백만 원인데, 박 고문은 “3천~5천억 원은 되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살대책 전담부처가 보건복지부 한 곳이라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박 고문은 “업무 소관을 정부의 1개 부처인 복지부 차원에서 국가적 범부처 차원으로 격상해야 한다”면서 “교육부, 여성가족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등 관련부서 모두 참여하는 범부처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재단 설립과 운영을 복지부 장관 산하에서 범정부 기구 설립 후 그 산하에 두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박 고문은 범정부 기구로 ‘생명존중·자살대책위원회(가칭)’를 제안했다.
다음으로 주제발표에 나선 이범수 동국대 생명문화산업학과 교수도 자살예방계획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한국의 자살예방정책이 정신의학모델에 치우쳐 있다”라면서 2018~2022년에 시행된 4차 자살예방 기본계획도 “정신의료적 접근이 대다수”라고 했다.
이어 이 교수는 2023~2027년 시행되는 5차 자살예방기본계획 또한 “많은 부분이 정신의학적 부분에 기초를 두고 있다”면서 “사회적 부분에 무게를 두는 패러다임 쉬프트(전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정부 주도의 자살예방 정책으로 인해 자살률이 다소 감소하고도 답보상태에 머무는 데 대해서는 “시민단체와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이라면서 “정부·종교계·재/노동계·언론계·전문가·협력기관 등으로 구성된 생명존준정책 민관협의회가 정책을 수립하고 적용까지 활동했다면 자살률이 감소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 교수는 “일본의 경우 자살방지가 정신의학적 접근에서 사회적 접근으로 전환한 이후 자살률이 감소했다”면서 “한국도 ▲지방자치단체 주도의 지역중심 자살대책 수립 ▲민간 및 종교단체 활용 및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일본은 자살자 수가 2003년 34,427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었지만, 자살방지대책을 수립하고 적용한 이후 자살자가 꾸준히 감소했다. 최근에는 21,081명(2020년)까지 줄어들었다.
한편 한국은 2011년 자살자수 15,906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이후 소폭 하락했다. 2021년에는 자살자수가 13,352명이었다. 2003~2021년 기간 동안(2017년 제외)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