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박상용 기자】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발언의 후폭풍이 점차 커지고 있다.
외교부는 윤 대통령의 발언의 후폭풍을 차단하기 위해 진땀을 흘리고 있지만 역부족인 모양새다.
이란은 한국 대사를 초치해 윤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불만을 드러냈으며, 한국도 이란 대사를 초치하는 등 외교문제로 비화되는 모양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UAE에 파병된 국군 아크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면서 “우리와 UAE가 매우 유사한 입장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UAE를 ‘형제국가’라고 지칭하면서 “여러분들이 국가로부터 명받아서 온 이곳은 타국 UAE가 아니고, 여기가 바로 여러분의 조국이다. 형제국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UAE와 우호를 강조하는 발언이었지만, 문제는 이란을 ‘적’이라고 표현한 발언이었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란과 UAE의 관계에 대한 한국 대통령의 외교적으로 부적절한 발언을 심각하게 지켜보고 평가하고 있다”면서 한국 외교부의 설명을 요구했다.
이란 외무부는 윤강현 주이란한국대사를 초치해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항의했다. 초치란 외교당국이 양국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외교적 사안에 대해 자국에 주재하는 특정 국가의 대사 등을 외교 청사로 불러들이는 행위를 말한다.
레자 나자피 법무·국제기구 담당 차관은 “한국 대통령의 발언은 이러한 우호적 관계를 방해하고 지역(중동)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분쟁 해결을 위해 유효한 조처를 하지 않는다면 양국 관계를 재검토할 수 있다”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한국은 유엔 경제제재와 관련해 이란 측의 자금을 동결한 상태이며, 이와 관련해 이란 측이 강한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19일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이란대사를 초치했다고 밝혔따.
임 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UAE에서 임무 수행 중인 우리 장병들에 대한 격려 차원의 말씀이었고 한-이란 관계 등 이란의 국제관계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을 초현동 외교부 1차관이 바담치 대사에게 설명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한국과 UAE 간 우호적인 관계를 강조하기 위해 한 발언이 외교문제로 비화되면서 외교부는 뒷수습을 위해 진땀을 흘리는 모양새다.
더 심각한 것은 윤 대통령의 발언이 대통령실의 공지를 통해 알려졌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이 실언을 했다하더라도 1차적으로 대통령실에서 걸렀어야 하나, 게이트 키핑에 실패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외교무대에서 직접적인 발언을 삼가해 설화(舌禍)에 주의해야 하는 한편, 대통령실의 외교·안보 라인의 문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