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박상용 기자】국내 화장률이 94%대를 유지하면서 화장은 사실상 보편적인 장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화장 수요가 집중되는 수도권과 일부 대도시에서는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시설을 예약하지 못해 장례기간을 늘리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의 잠정 통계를 보면 2025년 1~12월 누적 화장률은 94.4%로 집계됐다. 월별로는 6월 94.6%, 7월 95.1%, 11월 95.0%, 12월 94.5%로 대체로 94~95% 수준을 유지했다. 2024년 연간 화장률 94.0%와 비교하면 0.4%포인트 높아졌다. 지역별 화장률에는 차이가 나타났다. 2025년 7월 울산은 99.6%, 제주는 85.6%로 14.0%포인트의 격차를 보였다. 11월에도 울산 99.1%, 제주 87.0%로 12.1%포인트 차이가 났으며, 12월에는 세종이 98.0%로 가장 높고 제주가 88.1%로 가장 낮았다. 다만 지역별 화장률은 주민이 선택한 장법의 비율을 나타내는 수치로, 해당 지역 화장시설의 처리 능력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시설 부족 여부를 판단하려면 지역 사망자 수와 화장로 수, 하루 처리 건수, 관내·관외 이용 비율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실제 현장에서는 화장 수요가 많은 지역과 시설 공급 사이의 불균형이 문제로 지적된다. 2025년 전국에서 사망 후 3일째 화장을 마친 비율은 75%대에 머물렀다. 서울은 69.6%, 경기는 63.1%, 부산은 67.1%로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장례 3일째 화장하지 못하면 유족은 4일장 이상으로 일정을 연장하거나 예약이 가능한 다른 지역의 시설을 찾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추가 운구비와 이동시간이 발생하고, 장례식장 안치료와 빈소 사용료가 늘어날 수도 있다. 이미 정해놓은 발인과 장지 일정까지 다시 조정해야 하는 부담도 생긴다. 예약 지연이 모두 화장로의 절대적인 부족에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화장 후 봉안시설이나 장지로 이동해야 하는 유족이 오전 시간대를 선호하면서 특정 시간에 예약이 몰리는 현상도 영향을 준다. 시설별 관내 주민 우선 배정과 관외 이용료 차이 역시 원정 화장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화장을 마친 뒤에도 유골을 어디에 모실지 결정해야 한다. 상당수 공설 봉안시설은 수용 여력이 줄어들고 있으며, 공설 자연장지 역시 중장기적인 공간 부족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면 유족은 상대적으로 비용이 높은 민간 봉안시설이나 장지를 선택해야 한다. 화장률이 94%를 넘어선 현실에 맞춰 장사정책의 중심도 달라져야 한다. 묘지 설치와 관리뿐 아니라 화장로 증설과 노후시설 현대화, 공설 봉안시설·자연장지 확충을 연계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 화장시설을 새로 조성하거나 증설할 때는 정확한 수요와 환경 영향을 공개하고 주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인접 지방자치단체가 시설을 공동으로 조성하거나 주민 이용권을 공유하는 광역 협력 방식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제는 화장률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만 평가할 단계가 아니다. 유족이 사망 발생 지역에서 제때 화장하고 합리적인 비용으로 봉안하거나 자연장할 수 있도록 예약부터 화장, 안치까지 이어지는 장사 기반을 지역별 수요에 맞게 다시 설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