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임정이 기자】정부가 1·3 부동산대책을 시행한 이후, 집값이 소폭 상승하며 반등을 기대하던 ‘집값 바닥론’의 근거가 됐던 서울 강남4구(서초구·강남구·송파구·강동구)의 일대 단지들이 다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강남 불패는 가짜뉴스이며 잘못된 믿음에 불과한 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부동산은 상승과 하락의 사이클이 존재하는 시장이며 일방향의 대세 상승과 대세 하락은 없다. 특히 서민 주택에 비해 고가 주택의 경우 변동성이 더 심한 편이다. 고가 주택의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했다면 내려가는 양상도 가파를 수 있다는 것이다.
14일 국토교통부(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의하면,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은 지난달 12일, 16억 5500만원(2층)에 실거래가 체결됐다. 헬리오시티의 해당 평형과 층수는 지난 1월엔 15억 8000만원까지 실거래가가 하락했다가 지난달 다시 최고 18억 9000만원(28층)에 매도됐다. 이에 매수 대기자들은 집값이 반등할지, 더 떨어질지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집값의 하락률보다도 과거 어느 시점의 가격까지 내려갈 것이냐가 관건이다. 왜냐하면 가격이 과거로 회귀한다고 하더라도 만약 해당 지역의 소득이 충분히 상승한 상황이라면 예상 가격으로 회귀하기 전 매수세가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송파구 일대 아파트 매수 대기자인 A씨는 뉴스 보도와 직접 매물을 보러 발품 다닌 결과 가격이 상이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현상은 많은 매도인들이 급매물 소진 후 다시 매물 호가를 올려 나타나는 현상으로 분석된다. 또한 같은 단지 같은 평수여도 층수에 따라 가격이 상이한 것도 집값 변동에 한몫한다.
이러한 현상은 송파구 외에도 많은 지역의 단지들이 같은 시계열 흐름올 보이고 있다.
부동산 R114에 의하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달 24일 –0.08%에서 이달 3일 –0.03%로 하락 폭이 축소됐다가 지난 10일 기준 다시 –0.07%로 한 주 만에 다시 낙폭 됐다.
특히 강남구에서는 대치동 선경1·2차, 래미안대치팰리스1단지, 역삼동 역삼래미안 등 대단지의 시세가 2500만~5000만원씩 하락하면서 -0.18%의 가장 큰 하락 폭을 보였고 △노원(-0.15%), △구로(-0.14%), △관악(-0.08%), △송파(-0.08%), △강북(-0.07%), △서대문(-0.07%)이 그 뒤를 이었다.
이러한 집계에서 관전포인트는 서민 주거 지역인 노원구의 하락 시세가 크다는 점이다. 보통 서민 밀집 지역의 경우 상승·하락 폭이 작은 편인데, 이러한 수치가 나온 것은 현재 부동산 시장이 불안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현재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규제 완화에 힘입어 호가를 올리려는 고가 주택 집주인들과 지난해 금리 인상 여파로 집값이 많이 하락한 상황을 틈타 급매를 잡으려는 수요자들 사이에서도 줄다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서울은 일부 단지에서 급매물 소진 후 매도 호가를 올리려는 움직임이 나타나자 거래가 다시 주춤해졌다"며 "올해 들어 저점 대비 소폭 오른 가격에 계약된 사례가 나타났지만, 여전히 집값이 높다는 인식이 우세한 만큼 급매물 거래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 연구원은 "규제 완화에 따른 시장 회복 기대감과 경기 둔화 등으로 추가 하락 우려가 맞서면서 아파트값 하락 폭 축소와 확대가 반복되고 있다"며 "급매물 소진 후 국지적으로 가격이 반짝 오르면 거래가 다시 주춤해지는 양상이 지속되면서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한동안 박스권 내 하락 장세를 유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