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방문을 요청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열흘 앞둔 시점이라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중국 경축사절단으로 방한한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은 윤 대통령을 예방하며 5가지 건의사항을 공개 발표했다.
한·미동맹 강화를 일찌감치 표방한 윤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견제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 간 경쟁이 격화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당일인 10일 용산 대통령실 5층에서 왕 부주석과 사절단을 접견했다.
왕 부주석은 “대통령님의 리더십 하에 발전하고, 나라는 태평하고, 백성은 평안하길 축원하라고 하셨다”면서 시 주석의 방중 초청 의사를 전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접견을 마무리하며 “시 주석의 방한을 고대한다”고 했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2차례 방중했으나, 시 주석은 문 전 대통령 임기 동안 방한하지 않았다. 시 주석의 방한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때인 2014년 7월이 마지막이다.
문 전 대통령의 임기 말에 시 주석의 방한이 논의됐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위중해지자 시 주석의 방한은 무산됐다. 게다가 시 주석은 3연임이 걸려있는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를 앞둬 쉽사리 정상외교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이 2인자인 왕 부주석을 사절단장으로 파견한 것은 시 주석의 관심이 지대하는 뜻을 보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왕 부주석을 통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추가 배치 등 공약과 미국 측에 무게를 싣는 외교정책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왕 부주석은 “한국 측과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서 다자주의 및 자유무역체제 수호에 함께 노력할 것이고, 이를 통해 지역 및 글로벌 발전과 번영을 촉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다자주의 및 자유무역체제 수호’라는 문구는 미국의 대중(對中) 압박이 불거질 때마다 중국이 자주 쓰는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