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문화팀】= "책을 많이 팔아 매출을 올린다고 명문서점은 아닐 것이다. 책을 선택해내는 서점인의 안목과 서점에 대한 독자·시민의 문제의식이 명문서점을 만들어낸다."
올해 설립 40주년을 맞은 한길사 김언호(71) 대표가 '세계서점기행'을 냈다. 베스트셀러에 연연해하지 않는 서점들의 아름다운 책 이야기를 담았다.
김 대표는 책을 쓰기 위해 지난해 해외로 8번이나 다녀왔다. 영국과 프랑스, 네덜란드와 노르웨이 등의 명문서점 38곳을 방문했다. 그 서점들을 이끌고 있는 서점인들을 만나 책의 정신과 서점의 철학 등을 토론했다.
그는 "세계의 명문서점들은 이른바 '베스트셀러'를 강요하지 않는다"며 "독자들이 스스로 책을 선택할 수 있게 다양한 주제의 책을 정성을 다해 선책(選冊)할 뿐"이라고 전했다.
컴퍼니와 마스트리흐트의 도미니카넌 서점, 뉴욕의 스트랜드 서점은 명문서점일뿐만 아니라 이미 세계인의 관광코스가 되고 있다. 영국의 책방마을 헤이온와이와 벨기에의 레뒤 책방마을, 네덜란드의 책방마을 브레데보르트는 관광지가 되면서 지역 일대를 발전시키는 힘이 되고 있다. 독특하게 디자인된 상하이의 중수거도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으로 주말에는 관광객 5000~1만명이 몰려든다."
부산의 영광도서와 보수동 책방골목의 이야기는 한국 서점의 빛나는 역사를 인식하게 해준다. 독자들과 시민들의 서점 성원운동을 소개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서점이 그 지역 일대를 어떻게 재생시키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줬다.
"오슬로의 명문서점 트론스모가 어려움에 처하자 오슬로의 시민들과 독자들은 '트론스모가 없으면 오슬로의 지성이 죽는다'면서 서점 지원운동을 펼쳤다. 공공재단도 재정을 구체적으로 지원했다. 상하이의 지펑서원과 난징의 셴펑서점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도 그 독자들과 시민들과 지식인들이 나섰다. 젊은 지식인들이 정신과 힘을 모아 문을 연 베이징 단샹공간이 어려움에 처하자 기업이 지원하고 나섰다."
김 대표는 1907년에 문을 열어 지난 한 세기 동안 함께해온 종로서적이 2002년 문을 닫은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우리 민족공동체의 이 위대한 정신유산·문화유산을 폐기처분하는 우리 자신의 민낯을 그 때 우리는 보았다. 나는 몇몇 단행본 출판사 친구들과 대책을 논의했지만 우리의 힘은 너무나 미약했다. 그 이후 나는 종로에 나가지 않게 되었다."
그는 '종로서적의 부활'이 모두의 숙제라고 강조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고, 8·15 해방을 맞고, 6·25 전쟁을 극복한 종로서적, 1960년대 군사독재시절과 70년대 경제개발시대를 함께 존속해온 종로서적, 80년대와 90년대 민주화운동기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책으로 민주주의 정신을 일깨운 종로서적을 다시 부활시키자"고 외쳤다.
"이 땅의 근대 정신사에 종로서적만큼 큰 역할을 한 문화적 기구가 어디 있는가. 종로서적이 우리 출판문화사는 물론이고 우리의 삶에 미친 영향은 얼마나 대단한가. 지난 시절의 그 규모가 아니라도 좋다. 우리 사회에 지금 절실하게 필요한 인문정신을 공급하는 품격 있는 서점이면 족할 것이다. 종로는 종로서적이 있어야 종로다. 종로서적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다." 616쪽, 8만원, 한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