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차용환 기자】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장에서 한국인 근로자와 기술자 300여 명이 전격 체포된 사건은 충격적이다. 군용 차량과 헬리콥터까지 동원한 대규모 작전 속에 한국인들이 쇠사슬과 케이블 타이에 묶여 끌려가는 장면은 동맹국 국민에게 가해진 모욕 그 자체였다.
문제는 시점이다. 한국은 최근 미국과 상호관세 협상에 나서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에 합의했고, 추가로 1,500억 달러 규모의 공장 건설 약속까지 내놓았다. 전기차 보조금 차별에 이어 이번 대규모 단속까지 벌어진 것은 “투자하면서 뺨 맞은 격”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동맹의 신의를 저버린 처사다.
물론 한국 기업들이 방문 비자를 이용해 숙련 인력을 파견해 온 것은 분명한 제도적 문제다. 그러나 미국 당국이 취업 비자를 제때 발급하지 않아 불가피하게 편법이 동원된 측면이 크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뒤늦게 대대적 단속을 강행한 것은 책임을 기업과 근로자에게만 전가한 것이다.
한미 정부 간 협상으로 체포자 석방이 곧 이뤄질 예정이지만, 이번 사태를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왜 동맹국 국민을 대상으로 ‘군사작전식 단속’이 벌어졌는지, 왜 사전 통보조차 없었는지 철저히 따져 묻고 재발 방지를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한미 동맹은 상호 존중 위에 세워져야 한다. 동맹을 내세우면서도 경제 기여에는 무심하고 자국 정치 논리에 따라 한국 기업과 근로자를 희생양 삼는 행태는 용납할 수 없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은 미국에 동맹의 이름에 걸맞은 최소한의 예의를 분명히 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