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김충현 기자】“유족들이 저에게 심리적으로 기대려고 할 때마다 참 어렵습니다.”
30대 장례지도사 A씨(남)는 병원 장례식장에서 일하지만 가끔 당혹스러운 상황에 놓인다. 유족들이 자신에게 심리적으로 의지하려는 모습을 보일 때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유족들이 고인을 보며 슬퍼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자연스럽다. 누구나 자신과 애착관계에 있는 사람을 잃으면 슬퍼하기 때문이다.
이에 장례지도사는 유족의 마음을 다독이기 위해 정성을 다해 염습을 한다. 유족은 염습을 통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정성을 다하는 장례지도사에 큰 감동을 받는다.
그리고 장례지도사에게 “고인의 마지막을 함께 해주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곤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유족들이 장례지도사에게 염습을 넘어 심리적으로 기대려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수도권 병원 장례식장에서 일하는 A씨는 “유족이 저에게 심리적으로 기대려 할 때마다 참 어렵다”라고 토로했다.
또다른 전문 장례식장 소속 장례지도사 B씨도 “종종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유족들이 저에게 무언가를 기대하는 뉘앙스의 말을 하는데 대처 방법을 잘 모르겠다”라며 당혹스러워했다.
장례지도사는 장례 행사 전반에 걸쳐 진행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러한 행사는 정신적이라기보다는 육체적·물리적인 작업에 가깝다. 장례지도사는 시신을 염습하고, 장례식 전반의 진행 상황을 관리한다. 유족을 따라 화장시설에 가서 고인을 매장/화장하고, 이를 최종 안치 혹은 자연장 할 때까지 함께 한다.
지금까지 장례지도사는 고인의 마지막을 배웅하는 염습에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유족이 늘어나면서 심리적 공백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장례지도사가 일정한 수준 이상의 심리상담 기법을 터득해 유족을 상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장례전문가는 “장례식장에는 정말 다양한 형태의 유족들이 오는데 최근에는 심리상담을 필요로 하는 유족들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장례지도사가 유족의 심리적 공백까지 다독일 수 있다면 완전체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관건은 시간과 비용이다. 장례지도사가 상담 스킬을 익히고 싶어도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 이는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장례전문가는 “장례식장 측에서 심리상담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전문적인 장례지도사의 교육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면서 “먼저 나서면 ‘심리상담’이라는 블루오션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