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김충현 기자】대권 행보의 일환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화합 제스처가 ‘보여주기식’이라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2년 전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가 당내 반대파와 검찰의 ‘내통’ 결과라는 의혹을 제기한 다음 후폭풍이 커지고 있음에도 이 대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비명계 찍어내기’가 이 대표의 진짜 속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앞서 이 대표가 조기 대선 가능성에 대비해 당내 비명계 껴안기 행보에 나섰지만 진정성에 물음표가 붙고 있다.
2023년 9월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를 근거 없이 당내 비명계와 검찰의 유착 탓으로 주장해 비명계의 성토와 사과 요구가 쏟아지고 있지만 이 대표는 일절 대응하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유튜브 채널 ‘매불쇼’에 출연해 자신의 체포안 가결 사태에 대해 “당내 일부와 (검찰이) 다 짜고 한 짓”이라면서 “짰다는 증거는 없고 추측”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가결표를 던진 의원에 대한 색출 시도에 대해서는 “민주당을 사적 욕망의 도구로 쓰고 상대 정당 또는 폭력적 집단과 암거래하는 집단들이 살아남아 있으면 당이 뭐가 되겠느냐”라고 했다.
앞서 비명계 인사들과 잇따라 회동하며 당내 통합 행보를 밟아온 것과 완전히 배치되는 발언이다.
이 대표와 오전 회동했던 비명계 박용진 전 의원은 소셜미디어에 지난 총선과정에서 ‘비명횡사’(비명계 의원들 낙천) 사태를 언급하며 “낙천과 배제의 고통을 겪으면서도 당을 떠나지 않고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작은 역할도 마다하지 않으려 하는 동지들과 그 지지자들의 상처를 덧내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또다시 나만 바보가 된 느낌”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비명계인 양기대 전 의원 또한 “이 대표는 또 증거도 없이 당내 반대 세력이 체포동의안 가결과정에서 '검찰과 거래했다'는 식으로 모략했다”면서 “이 대표가 막말에 대해 본인이 직접 사과하는 것이 도리”라고 했다.
이 대표와 회동 일정을 조율 중인 김두관 전 의원 또한 “협력하자고 다독인 것이 진심인가, 검찰과 짰다는 그 감정이 진심인가”라고 반문했다.
이 대표는 비명계의 반발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AI강국위원회 주관 토론회’를 마치고 취재진의 관련 질문이 쏟아지자 “오늘은 인공지능 얘기만 합시다”라며 입을 닫았다.
당내에서는 적잖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정치권에서 이 대표의 통합 행보를 두고 ‘가짜’라는 비난이 나온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같은 당의 국회의원도 망상 어린 복수심으로 숙청하고 정치보복하는 사람이 만에 하나 집권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느냐”라고 강하게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