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스포츠팀】= 중동 원정 2연전을 모두 마친 슈틸리케호가 본격적인 아시안컵 체제로 전환하면서 호주행 비행기에 탑승할 태극전사의 윤곽이 드러났다.
울리 슈틸리케(60·독일)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14일 요르단전을 포함해 18일 이란전까지 중동 2연전을 모두 소화했다.
'아시안컵 최종 모의고사' 성격을 띈 이번 중동 원정을 통해 1승1패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연승으로 매듭을 지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나름대로의 성과를 남겼다. 명과 암이 뚜렷히 갈린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란전을 앞두고 "큰 틀에서 26~30명의 선수들을 놓고 아시안컵을 생각하겠다"면서 "이란전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 선수가 아시안컵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의 최정예진으로 이란전 베스트 11을 꾸린 만큼 누구를 뽑느냐가 아닌 누구를 제외시키냐가 고민이었다.
대부분의 선수가 큰 무리 없는 활약을 펼친 가운데 부상에서 복귀한 구자철(25·마인츠)과 최전방 공격수 박주영(29·알 샤밥) 정도가 감독의 고민을 깊어지게 만들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요르단전과 이란전에서 끊임 없는 실험을 했다. 아시안컵과 같은 장기 레이스에서의 변수를 통제하기 위해 포지션별 멀티 자원을 발굴에 초점을 맞췄다.
요르단전에서는 남태희(23·레퀴야) 시프트를 통해 새로운 전술인 4-1-4-1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남태희를 중앙미드필더에 배치, 기성용(25·스완지시티) 없는 상황을 가정했다.
남태희는 공격형 미드필더 내지는 측면 공격수 등 주로 공격 일선에 있던 자원이다. 요르단전에서 그는 한 단계 내려선 중앙 미드필더 임무를 매끄럽게 소화했다.
수비부터 공격까지 오르내리면서 '박스 투 박스' 형 미드필더로서 활용됐다. 기존 골문 앞에서의 찬스 메이커에서 벗어나 경기 흐름을 읽는 플레이 메이커로서 능력을 시험받았다.
역할 변신에 합격점을 받은 남태희는 '슈틸리케 황태자' 답게 호주행을 가장 먼저 확정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슈틸리케 감독의 두 번째 실험 대상은 박주호였다. 남태희가 전방과 중원을 오가는 멀티 플레이어라면 박주호는 측면 수비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함께 볼 수 있는 팔방 미인이라 할 수 있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한 박주호는 이란전에서 그 능력을 재입증 받았다. 기성용의 파트너로 손색 없는 활약을 펼쳤다.
기성용은 더할 나위 없는 대표팀 핵심으로 중동 원정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넣어야 할까' 고민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빠지면 어떡하나' 걱정해야 하는 대상이 기성용이다.
슈틸리케 감독의 가장 큰 고민은 최전방 공격수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란전이 끝난 기자회견에서 골 결정력을 아쉬움으로 꼽았다. 그는 문전 앞에서의 침착함을 요구했다.
이는 부상으로 낙마한 이동국(35·전북)·김신욱(26·울산) 두 타깃형 공격수의 부재와 궤를 함께 한다. 포지션 플레이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박주영과 이근호를 앞세운 전술을 테스트 했지만 만족할만한 답을 얻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란전 사전 기자회견에서 이동국과 김신욱 등을 언급하며 아시안컵 멤버를 고민하겠다고 했다. 두 명의 공격수의 부상 복귀 여부가 아시안컵에 나설 공격수의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포백 가운데 좌우 측면은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다. 왼쪽의 박주호, 오른쪽의 차두리(34·서울)는 큰 문제 없이 호주행이 유력해 보인다. 차두리는 요르단전 45분 뛰는 동안 완벽한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
중앙 센터백으로는 큰 대회 경험이 많은 곽태휘(33·알 힐랄)를 중심으로 나머지 파트너를 찾는 일만 남았다. 장현수(23·광저우 부리)가 이란전에서 합격점을 받았지만 김주영(26·서울)의 복귀 여부에 따라 센터백 구성이 달라질 수 있다.
주전 골키퍼로는 김진현(27·세레소 오사카)이 비교 우위에 있다. 정성룡(29·수원)과 김승규(24·울산)가 각각 1차례 경기를 소화한 가운데 김진현만 두 번의 기회를 얻었다.
슈틸리케 감독의 A매치 데뷔 전인 파라과이전에서 무실점으로 2-0의 첫 승리를 안긴 김진현은 이란전에서 사실상 무실점에 가까운 플레이를 펼쳤다.
슈틸리케 감독은 호주아시안컵에 나설 50명의 예비 명단을 다음달 9일까지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제출한 뒤 같은 달 30일까지 23명의 최종명단을 써내야 한다.
최종 명단 제출까지 더이상의 평가전이 없는 만큼 한 달 안에 결정을 내려야 하는 슈틸리케 감독의 머릿속이 바쁘게 돌아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