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스포츠팀】= 시즌 중 '계륵' 취급을 당했던 LG 트윈스의 외국인 타자 브래드 스나이더(32)가 양상문(53) 감독의 믿음에 한껏 답했다.
스나이더는 19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6번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양 감독이 '미칠 것 같은 선수'를 꼽아달라는 말에 스나이더의 이름을 꺼냈다. 단기전에서 미친 선수가 나오는 팀이 승리할 확률이 높다.
그는 지난 18일 열린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마산구장에 좁으니 스나이더가 미쳐줬으면 좋겠다. 홈런 2, 3개를 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스나이더는 시즌 내내 LG의 고민거리였다.
스나이더는 LG가 부진한 모습을 보인 조쉬 벨 대신 영입한 외국인 타자다. LG가 그를 영입할 당시 기대는 컸다. 강타자 갈증을 해소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정규시즌 37경기에 출전한 스나이더의 성적은 타율 0.210 4홈런 17타점에 그쳤다. 수비는 안정적이었지만 허벅지 부상이 겹치면서 타격에서 부진을 거듭해 양 감독의 골치를 썩게 만들었다.
하지만 양 감독은 스나이더의 몸과 타격감이 회복되기를 기다렸다. 인내를 가지고 기다린 양 감독이 포스트시즌에서 스나이더가 뭔가 보여주기를 바란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스나이더에 기대를 건 것은 양 감독 뿐만이 아니었다. LG의 주장 이진영(34) 또한 미칠 것 같은 선수로 스나이더를 꼽았다. 그는 "스나이더가 최근 컨디션이 올라온 것이 눈에 보인다. 최근 렌즈를 바꿨다더라"고 전했다.
감독과 동료의 기대 때문일까. 스나이더는 이날 그간 숨겨왔던 타격 실력을 한껏 뽐냈다.
팀이 3-0으로 앞선 1회초 1사 1루에서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난 스나이더는 3회 2사 후 우전 안타를 때려냈다.
출루에 성공한 스나이더는 기습적으로 2루를 훔쳤다. 당황한 NC포수 김태군이 급히 2루로 공을 던졌지만 악송구가 되고 말았다. 송구가 빠지는 것을 본 스나이더는 3루까지 내달렸다.
스나이더의 도루로 2사 3루의 득점 찬스를 이어간 LG는 김용의의 내야안타로 1점을 더 올려 7-1로 달아났다.
스나이더는 팀이 8-1로 앞선 5회 1사 1루에서도 우전 안타를 뽑아냈다. 이 때 상대 우익수 나성범의 실책이 나오면서 스나이더는 2루까지 나아갔다. 이 찬스가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가뜩이나 기선을 제압당한 NC를 흔들기에는 충분했다.
7회 2사 2루에서도 볼넷으로 걸어나가며 출루에 성공한 스나이더는 팀이 11-2로 달아난 8회 1사 만루에서도 중전 적시타를 때려내 LG에 한 점을 더 선사했다.
정규시즌에는 부진했지만, 가을잔치에서는 더 이상 '계륵'으로 전락하지 않겠다는 스나이더의 의지가 엿보인 활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