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후불제 여행사 '투어컴그룹' 이끄는 박배균 회장 "파격·혁신만이 살길" 사업 성공과 실패 거듭…아내보며 용기얻어
여행장소와 경로, 숙박시설, 일정 등을 촘촘히 짜다보면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다. 그래서 간편한 것을 찾는 사람들은 비용을 지불하고 여행사의 패키지 여행을 떠난다. 이때 여행사는 선불로 수백만원을 요구한다. 해외여행의 경우는 더 큰 비용이 들어간다.
여기 세계 최초로 후불제 여행을 도입한 사람이 있다. 박배균 투어컴그룹 회장이다. 박 회장 이전의 누구도 후불제 여행을 얘기하지 않았다. "(고객들을)무엇을 믿고 후불제 여행을 보내주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박 회장은 "그럼 고객들은 무엇을 믿고 선불로 여행을 다녀옵니까?"라고 반문했다. 결국 신뢰의 문제라는 것이다.
박 회장는 투어컴의 회원들을 믿었다. 박 대표가 3만명에 달하는 회원들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듯이 회원들도 박 회장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혁신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007년 투어컴을 설립한지 1년만에 전국 150여 영업망을 구축했다. 그 바탕에는 박 대표의 열정이 녹아있었다.
파격적인 '후불제 여행' 아이디어로 회원 3만명 모집
그는 '후불제 여행'의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지인들의 모임이 있는 곳마다 찾아갔다. 그는 딱 5분만 시간을 달라고 했다. 5분 안에 흥미를 끌지 못한다면 5분이 지나도 소용없다고 봤다. 5분이 흐른 뒤 질문이 있다면 이미 절반은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매 모임마다 질문을 받았고, 절반의 성공이 차곡차곡 쌓여 투어컴은 순식간에 3만 명의 회원과 2백여 개의 지점을 갖게 됐다. 절반의 성공이 모인 기적이다.
그는 젊은 시절 시골 마을에서 10년동안 마을 이장을 했다. 시골 마을은 집집마다 모두 알고 지내는 터라 비료 하나 나누기도 힘들었다. 박 회장은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어려운 집에 모아주는 걸로 어려움을 돌파했다.
젊은 이장이 일을 잘하니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그를 찾았다. 그는 열심히 뛰어다녔지만 역부족이라는 것을 알았다. 정작 자기 농사는 뒷전이 되어 빚이 쌓였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도시로 나갔다. 처음 맡은 일은 예식장 운영이었다. 망해가는 예식장을 떠맡아 예식장 대여비를 공짜로 만들었다. 지금이야 흔하지만 당시에는 파격이었다. 공짜라는 소문이 나자 사람들의 예약이 넘쳐났다. 예식을 올린 사람들이 입소문을 내줘서 대박이 났다. 1년에 250건에 달하는 결혼식을 올렸다. 수익은 하객들의 식비로도 충분했다.
▲로얄캐리비안 보이저호 그 다음은 PC방이었다. 박 회장은 전라북도 최초로 PC방 체인 사업을 했다. 수익이 쏠쏠했다. 인터넷이 대세가 될 것을 직감하고 당시 최고의 인기 게임이던 스타크래프트 순위 서버를 만들었다. 이것 또한 사업이 순풍을 탔다. 하지만 인터넷이 활성화 되면서 서비스 무료화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사업을 접어야했다.
실패했을 때 비빌 언덕은 가족…큰 힘이 되어준 아내
사업이 실패해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도 버틸 수 있는 힘은 가족으로부터 나왔다. 특히 박 회장은 "아내는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의 사업이 기울어 막막하다는 말밖에 생각나지 않던 순간 아내는 덤덤히 말했다.
"내가 나가서 일하면 돼."
박 회장은 사업 파트너도 중요하듯 인생의 파트너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내의 덤덤한 말 한마디는 천군만마보다 더 큰 힘이었다. 아내는 딸을 시댁에 맡기고 백화점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아내는 유능했다. 일을 시작한지 얼마되지않아 이곳 저곳에서 스카웃 제의가 들어올 정도로 잘했다.
▲미래를 보고 사업의 다각화를 꿈꾸는 투어컴그룹 박배균 회장 논어에서 공자는 "노력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을 따를 수 없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했다. 어떤 일을 대할 때 즐기는 것이 최고의 자세라는 말이다. 박 대표의 아내가 딱 그와 같았다. 즐기면서 일하니 인정을 받았다. 그런 아내를 보면서 박 회장도 용기와 희망을 얻었다. 사업으로 재기하는 힘이 됐다.
박 회장의 사업 노하우 중의 하나는 '명함'이다. 그는 명함에 자신의 사진을 큼지막하게 넣고, 아울러 연도와 해당 월까지 쓰여져있다. 배경도 계절에 따라 바꾼다. 이렇게 명함을 독특하게 만든 이유는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 싶기 때문이다.
명함을 구태의연하게 만들면 사람들이 쉽사리 지나친다. 하지만 연도와 월까지 들어간 명함을 보고 사람들은 궁금해한다. 왜 이렇게 만들었냐고. 그러면 박 대표는 거기서 이야기거리를 만들어 조금이라도 더 대화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나중에 사람들이 박 회장의 명함을 발견했을 때도 똑같은 효과를 받는다. 일종의 '각인 효과'다.
사업 다각화 꿈꾸는 투어컴, 크루즈 상품 런칭
박배균 회장과 투어컴은 이제 미래를 보고 있다. 사업의 다각화를 꿈꾸는 것이다. 그 중 하나가 크루즈 여행이다. 최근 투어컴은 크루즈 상품을 개발하고 새로운 영업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이 상품은 17만톤급 크루즈선으로 인천항에서 출발해 상해(기항지 관광 1일), 일본 오키나와(기항지 관광 1일)를 방문하는 5박6일짜리 크루즈 상품으로 '투어컴 스페셜 크루즈'로 불린다. '투어컴 스페셜 크루즈'는 2017년을 시작으로 매년 24회 운항할 예정이다. 17만톤급 크루즈는 승객 5천여 명, 승무원 2천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아시아 최대 크루즈 선박으로 5성급 호텔의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선실은 크게 내측, 오션뷰, 발코니뷰로 구분되고 기본적으로 2인1실의 형태다. 다양한 공연이 이뤄지는 공연장, 파티 홀, 레스토랑 등의 부대시설도 갖췄다.
상품의 전략을 담당하고 있는 김득현 크루즈 총괄본부장은 "5박6일동안 크루즈 탑승객은 각 나라의 고유 문화와 음식을 경험하게 된다. 또한 가족, 친구, 연인끼리 여유롭고 아름다운 추억의 시간을 갖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투어컴그룹 관계자는 "세일즈 업계에서 전설적 성과를 거둬온 김득현 본부장을 영입해 새로운 세일즈 모델을 추진한다"고 귀띔했다.
<김충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