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김충현 기자】이정도면 총력전이다. 대통령실이 나경원 전 의원과 전면전을 치르고 있다.
시작은 나 전 의원이 맡았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직함으로 발표한 저출산 정책이었다.
나 전 의원은 헝가리식 출산 장려 정책을 주장하며 부채 탕감 등을 정책으로 내세웠다.
즉각 대통령실에서 반박에 나섰고, 나 전 의원이 물러서지 않자 재반박에 나서며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나 전 의원이 대통령 직속기구 부위원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통령실의 공격은 이례적으로 여겨질 정도로 매서웠다.
이후 대통령실은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이라면 직을 반납해야 한다’면서 부위원장직 사퇴를 압박했다.
나 전 의원이 사의를 표명하자 대통령실은 사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며, 이를 무시했고 나 전 의원이 정식으로 사직서를 제출하자 장고에 들어갔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면에 등장하지 않다가 해외 순방 직전 나 전 의원의 부위원장직과 기후환경 특임대사 직을 동시에 해임하는 초강수를 날렸다.
대통령실이 나 전 의원을 향해 내놓은 일련의 반응들은 나 전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을 막으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친윤(석열)계를 앞세워 계파 색채가 옅은 김기현 의원을 당권주자로 미는 와중에 나 전 의원이 출마할 경우 당선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나 전 의원은 당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등 당심을 사로잡고 있다.
만에 하나 나 전 의원이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당선될 경우 윤 대통령은 총선 공천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대통령실의 입김에서 벗어난 여당이 어떤 인사들을 어떻게 공천할지 예측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윤석열 정권은 국민의힘의 대주주로 출발한 것이 아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정책에 반감을 가진 중도 유권자를 대거 끌어들여 보수 유권자들과의 연합으로 대선에서 가까스로 승리했다.
당내 기반이 취약해 친윤을 적극 양성하고 관리해왔다. 그런데 나 전 의원의 급부상은 윤 대통령의 당 장악력을 약하게 만들었다.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나 전 의원을 주저앉혀 여당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차기 총선에서 패배하면 윤석열 정권은 불과 집권 3년 차에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정치적 명운이 총선에 달렸다. 대통령실이 나 전 의원에게 파상공세를 퍼붓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