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가 높은 국가일수록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시 경기위축 효과가 더 커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김영주·임현준 연구위원은 29일 'BOK경제연구'에 게재한 '가계부채 수준에 따른 통화정책의 파급효과' 보고서에서 "높은 가계부채 수준에서 금리인하시 경기부양 효과는 제한적인 반면 금리인상시 경기 조절효과는 상대적으로 컸다"고 밝혔다.
이번 분석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OECD 국가 중 28개국을 대상으로 지난 1984~2015년중 순환국면상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을 토대로 이뤄졌다. 보고서는 이 비중이 80%(0~100% 기준)를 넘어서는 국가는 가계부채 비중이 높은 편이고, 20% 아래이면 낮은 편에 속하는 것으로 분류했다.
그 결과 가계부채 비중이 높은 국가에서 금리가 오를 때 투자와 소비, 경상수지, 실질주택가격, 가계신용, 물가 등 경기지표들이 상대적으로 크게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임현준 연구위원은 "이자부담이 늘면 그만큼 소비 수준을 줄이기 때문에 가계부채가 높을수록 경기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커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변동금리가 적용된 가계부채 비중이 높은 국가일수록 금리인상 경기위축 효과는 크게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높은 편에 속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9월말 기준 은행권의 변동금리 대출비중(잔액기준)은 67.5%에 달했다. 부채 수준이 높을 수록 금리 인상으로 인해 이자가 더 늘기 마련인데, 금리 상승분이 바로 반영되는 변동금리 대출의 경우 부담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반면 금리 인하가 이뤄지면 경기부양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제한적인 효과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 요인으로는 주택가격 하락, 부채상환 가능성 등이 지목됐다. 집값이 떨어지면 부채를 진 가계가 소비를 늘리기 어렵고, 저금리로 이자를 덜 내더라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탓에 소비에 쓰지 않고 부채를 줄이는 데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수준이 낮을 때에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금리인하에 따른 경기부양 효과가 커졌고, 금리인상으로 인한 경기위축 효과가 작아졌다. 가계의 이자 상환부담이 적어지게 되니 '금리 인하→집값 상승→소비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기 때문으로 추정됐다.
보고서는 "변동금리 가계대출 비중이 높을 수록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조절 효과가 클 수 있기 때문에 고정금리 대출을 높이려는 정책적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며 "반면 가계부채 수준이 낮을 때 금리인하의 경기부양 효과가 크기 때문에 가계부채를 적정 수준에서 관리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