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내부에서 친박(친박근혜)계 핵심들의 탈당 여부를 놓고잡음이 무성하자 상대적으로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가 주춤하는 모양새다. 친박 청산으로 둘러싼 갈등이 홍준표 대표 대 친박간 힘겨루기로 이어지면서 정치자금 폭로전까지 번지는 등 진흙탕 싸움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방미 중인 홍준표 대표가 귀국 후 당 내홍 수습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보수통합 여부와 그 방식, 진행 속도 등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보수통합을 주도하고 있는 양당 의원들의 모임인 '보수대통합 추진위원회'(통추위)가 25일 긴급 모임을 가지려 했으나 전날 오후 돌연 취소됐다. 표면상 이유는 "국정감사가 끝나고 본격 논의하겠다"지만 이면에는 예상보다 강하게 반발하는 친박계 의원들의 모습에 다소 당황한 바른정당 측에서 '일단 지켜보자'며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 통합파의 한 의원은 26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국감 기간 중이고 홍 대표도 외국에 나가 있어 통합 논의를 하기엔 부적절한 것 같다"면서 "한국당 내 변수가 많으니 일단 지켜보면서 다음주쯤에 통추위 모임을 추진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당 윤리위원회는 지난 20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서청원, 최경환 의원에 대해 '자진탈당' 권고 징계를 의결했다.
이에 서 의원은 22일 "'성완종 리스트' 사건의 검찰 수사 과정에서 홍 대표가 협조를 요청했다"고 폭로하며 홍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자 홍 대표도 물러서지 않고 "탄핵 때는 숨어 있다 자기 자신의 문제가 걸리니 이제 와서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비겁하다"고 맞받아쳤다.
홍 대표가 방미 중이라 양측 공방은 잠시 휴전인 상황이지만 귀국 직후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치열한 여론전이 예상된다.
이 같은 한국당의 내홍은 결국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바른정당 통합파 측에서 통합 명분으로 친박 청산을 내건 만큼 한국당 내홍이 장기화되면 보수통합 논의도 더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치권에서는 친박계 탈당으로 두고 한국당 최고위원들의 의견이 반반으로 나뉘는 등 박빙인 상황이라 탈당이 쉽게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수구보수가 아닌 개혁보수로 나가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친박청산은 반드시 해야 하는데 그런 인식이 갖춰지지 않는 당 최고위원들이 많아서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친박 청산은)보수몰락에 대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혁신 차원인데 본질에서 벗어나 갑자기 홍 대표와 서 의원의 이전투구 양상으로 흘러가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홍 대표의 힘을 실어주기 위해 바른정당 통합파가 조기 탈당하는 등 보수통합 논의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뉴시스 전수조사 결과 바른정당 소속 20명의 의원 중 9명의 통합파 의원들이 11월13일 전당대회 전 집단 탈당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의원은 "친박계가 생각보다 강하게 반발하며 폭로전으로 이어지니까 바른정당에서 약간 놀라서 일단 통추위 모임을 보류하고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들의 생각은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오히려 빨리 가서(탈당해서) 홍 대표 힘을 실어주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도 "보수진영의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바른정당과 통합하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화된 상황"이라면서 "친박 청산이 쉽지 않겠지만 어차피 이뤄질 것이고, 어떤 상황이든 보수통합은 안할 수가 없다"고 단언했다.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 역시 "여러 변수가 있겠으나 한국당 내홍이 오히려 통합 속도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