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부족에 각종 아이디어 속출
유해를 우주로 쏘아올리기도
인구 고령화가 심각한 가운데 해외에서는 땅을 쓰지 않으면서도 고인을 추모할 수 있는 이색 장례식과 묘지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미국 CNN은 3일(현지시간) 일본의 컨베이어벨트로 유골을 옮기는 최첨단 납골당과 홍콩의 해상을 떠도는 선상묘지 등을 보도 했다.
일본 도쿄(東京)의 한복판 신주쿠(新宿) 쇼핑 거리에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과 컨베이어벨트로 무장한 새로운 납골당 '루리덴'이 등장했다.
이 건물의 겉모습은 전통적 불교식 납골당 같지만 입장하면 작은 불상 2,045개가 LED 조명을 형형색색으로 밝혀 화사한 모습을 보여준다. 참배객이 카드를 인식기에 대면 지하 보관소에 있던 유해가 자동으로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지상으로 올라온다.
루리덴을 운영하는 코코쿠지의 주지 야지마 타이준 스님은 "일본의 인구가 출산율 하락으로 줄어가고 있는데 가족묘를 다음 세대에 넘겨주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망자에 대한 전통이나 감정은 변하지 않았기에 이 납골당은 그런 필요를 맞춘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 부분에서도 루리덴은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도쿄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아오야마(靑山) 공동묘지에 안장하려면 10만 달러(한화 약 1억1천만원)가 들고, 사찰 중심부에 있는 작은 사물함 형태의 납골당 비용 역시 1만2천 달러(한화 약 1천320만원)에 달한다.
루리덴 이용료는 7천379달러(한화 약 811만원)이며 최장 30년 동안 유해를 보존해준다.
세계 최고 수준의 부동산 가격을 자랑하는 홍콩에서는 아예 묘지를 해상으로 옮기자는 아이디어가 발표됐다.
현재 홍콩인의 90%는 화장을 선호하는데도 공공 납골당에 들어가는 것은 매우 희박한 수준이다. 홍콩 식품환경위생부(FEHD)는 2023년이면 납골당 40만개가 부족할 것이라 강하게 경고했다.
이에 현지 건축회사인 브레드 스튜디오는 '부유하는 영원'이라는 이름으로 선상묘지를 디자인해 내놨다.
평상시에는 선상묘지가 홍콩 인근에 떠있다가 청명절 등 연휴에 맞춰 항구에 정박해 유족들과 만난다는 컨셉이다.
풍수지리를 바탕으로 설계됐으며 대나무 숲 정원까지 들어갈 이 배에는 유해 37만구가 자리할 수 있다.
폴 무이 브레드 스튜디오 디자인 대표는 "홍콩에서는 조상의 묘를 찾는 것이 청명절과 중양절 등 1년에 두 차례"라면서 "1년에 고작 두 번 방문하려고 값비싼 땅을 묶어두는 것은 낭비인 것 같다"고 선상묘지를 고안한 이유를 밝혔다.
아예 지구 외부로 유해를 쏘아 올리는 사람도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단돈 1천990달러(한화 약 218만원)만 지불하면 화장한 유해를 우주로 쏘아 올려준다.
2015년 하와이에서 서비스를 처음 시작했고 올해도 유해 발사 일정이 잡혀있다.
유가족들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유해를 담은 위성의 위치 확인이 가능하다. 위성은 몇 달간 궤도를 돌다 대기로 추락하면서 연소된다.
유해 발사 서비스를 하는 엘리시움 스페이스는 "죽고 나면 영혼이 별을 지나 여행한다는 이야기는 일본에서도 있던 것"이라면서 서비스 이용 고객의 절반이 일본인이라고 밝혔다.
<이화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