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정치팀】= 문재인 대통령이 방산비리 척결을 직접 언급하며 국방개혁의 시동을 걸고 나섰다. 방산비리 척결을 내세운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처음은 아니다. 부정부패에 대한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정권마다 방산비리 척결은 도돌이표처럼 반복됐다.
문 대통령은 17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비서관 회의 모두발언에서 수리온에 대한 감사원 결과를 언급하며 "방산비리는 단순한 비리를 넘어 안보에 구멍을 뚫는 이적행위에 해당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방산비리의 역사는 뿌리가 깊다. 대표적인 것이 율곡비리 사건이다. 율곡사업은 북한과의 전투력 격차를 줄이기 위해 군 전력 현대화 사업이다. 전투기와 구축함 등 무기도입을 하는 과정에서 탈이 났다. 국방부장관과 장성들 수억원의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국민들에게 비판받았다.
1996년에는 이양호 전 국방장관이 경전투 헬기사업과 관련해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선정과정에 비리가 드러난 백두·금강 정찰기 도입사업도 이 전 장관과 관련이 있다. 이 전 장관은 린다 김(한국명 김귀옥)이라는 로비스트와 '연애편지'를 주고받은 후 정찰기를 선정한 것이 알려져 공분을 사기도 했다.
2011년에는 1만원 짜리 이동식 저장장치(USB)를 95만원에 구입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줬다. 성능에 큰 차이가 없는 USB를 95배나 비싸게 구입해 예산 낭비라는 지적을 받았다.
최근에는 감사원 감사결과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도 개발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났다. 운행 중 전방 유리가 파손되고, 엔진과속 후 정지현상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군 관련자들이 후속조치에 태만했다는 것이 감사결과다.
전임 대통령들도 한결같이 방산비리 척결을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 10월29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최근 잇따라 제기된 방산·군납 비리와 같은 예산집행과정의 불법행위는 안보의 누수를 가져오는 이적행위”라고 규정한 바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09년 12월8일 국무회의자리에서 "무기 구입과 조달, 병무 관련 업무는 근원적으로 비리가 생길 틈이 있다. 획기적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자 방산비리 척결을 위해 대규모 조사단을 꾸리기도 했지만 실제 성과는 미미했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검찰과 국세청 등 관계기관이 모여 4개팀 105명으로 구성된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을 출범시켰다.
합수단은 1년간 활동하며 1조원 대의 비리를 적발하고 74명을 재판에 넘기고 51명을 구속기소 하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기소했던 최윤희 전 합참의장 등이 무죄 판결을 받으며 무리한 기소라는 지적을 받았다. 지나치게 처벌에만 중점을 둬 방산비리의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명박 정부도 연이은 비리 적발 소식에 2011년 감사원 등 5개 기관이 참여하는 방산비리 점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하지만 TF 활동은 지지부진했고 소리 없이 활동을 종료했다.
새 정부가 처벌보다는 비리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위산업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은 "새 정부는 방산비리 척결을 한다며 처벌만 강조했던 과거 정부들과는 다른 접근을 해야 한다"며 "온전히 방위산업에 집중할 수 있는 방산 생태계 마련이 시급한 과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