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정치팀】= 인사청문회, 추경으로 인한 정국 경색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정세균 국회의장이 '협치'를 강조하며 의사일정 진행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꽉 막힌 정국을 정 의장이 직접 나서 풀어보겠다는 의지에서다.
이를 위해 정 국회의장은 여야 원내대표와 회동을 적극적으로 주선하고 있다. 정 의장은 10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4당 원내대표들을 만나 "추경안 등 법안을 신속 처리해 7월 국회가 성과를 내도록 힘을 모아달라"는 뜻을 전달했다. 앞서 지난 7일에도 정 의장은 여야 원내대표들과 오찬 회동을 갖고 추경 처리를 당부했다.
국회의장의 주재로 만남의 장은 열렸지만 여야는 추경·정부조직법 처리에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는 못했다. 자유한국당·바른정당·국민의당은 '국회 의사일정 거부' 방침을 풀지 않았고, 결국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야3당의 불참 속에 추경안을 10일 상정했다.
오히려 정국은 여야 회동을 추진한 정 의장의 속내와 달리, 협치를 통한 국회 운영에서 한 발 더 멀어진 형국이 됐다. 야3당이 문준용씨 취업특혜 의혹에 대한 특검을 주장했고 여당도 이를 '정치적 의도가 있는 물타기'라고 맞받으면서 정국의 교착상태는 더 심화했다.
이에 따라 7월 임시국회의 '빈손'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 의장 역시 "지난 6월 국회에 이어서 7월 국회도 '빈손국회'가 된다면 국민의 실망이 클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 의장이 나름대로 정상화를 위해 애는 쓰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게 '협치 주문' 외에는 별다른 방책이 없어 고민이 커지고 있다. 법적으로는 국회의장의 권한으로 안건에 대한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지만 이도 역시 함부로 남발할 카드도 아니다.
민주당은 새 정부의 추경 편성이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임시국회 안에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도 있다. 강훈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에서 "5월부터 올 연말까지 예산이라는 건 지난 박근혜 정부의 예산 시스템 위에서 국회가 운영되능 것 아니겠냐"며 "이미 국가적 재난 사태, 비상 사태는 이미 대통령 탄핵과 더불어 왔다는 인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추경 처리 의지와 달리, 현실적으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에는 무리수가 따른다. 일단 의석이 120석 밖에 되지 않아 '과반 출석, 과반 찬성'이라는 본회의를 열어도 법안 가결 요건을 충족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도 국회의장이 권한을 남용해 정부·여당에 편향된 국정 운영을 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정 의장은 중립의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호된 질책을 당한 바 있다. 지난해 9월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사드와 관련, "국론분열도 되고 여러 가지 정부가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흡한 측면이 많았다"는 발언을 해 비판을 받았다. 정 의장은 이미 지난 4월 최순실 국정농단을 수사하는 특검의 활동 연장에 대한 직권상정을 감행하지 않았다.
정 의장은 여소야대 국회, 4당 교섭단체 체제 등 국회 방정식을 복잡하는 요인 속에서도 일관적으로 협치를 호소했다. 추경이라는 단기과제가 대두되기 전이며 대선 국면이 막 종료된 지난 5월부터도 정 의장은 여야 원내대표와 회동을 정례화하는 노력을 보여왔다.
다만 여야 합의 정신을 존중한 국회선진화법 아래에서 국회의장은 분위기 조성 역할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양호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국회의장은 국회 정상화 여론을 조성하는 제한적인 역할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과반의 의석이 없는 민주당으로서는 직권상정도 의미가 없다. 야당에게도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 의장이라고 해도 여야를 한자리에 모아놓고 단번에 문제를 풀 수 있는 뽀족한 해법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란 점에서 국회 답보 상태는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