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정치팀】= 문재인 대통령의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 강행으로 정치권의 협치 국면이 냉각되고 있다. 이를 놓고 여야는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대립하고 있지만, 물밑에서는 국민 여론이 어떻게 변할지 추이를 지켜보며 손익 계산에 분주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국회 청문 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강 외교부 장관을 임명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이어 청문 보고서 채택 없이 인사를 임명한 것은 두 번째다.
이에 야 3당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협치를 무력화한 것"이라며 문 정부를 맹비난하면서 협치 정국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19일엔 야 3당의 반발로 인해 예정된 5개 국회 상임위원회 개의가 불발되면서 여야 대치가 격화되기도 했다.
여야는 경색 국면의 책임을 상대측에 떠넘기면서도 서로 손해 볼 것은 없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대립 양상이 지속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먼저 여당의 셈법엔 '국회 공전 책임론'이 전제돼 있다. 야당의 보이콧이나 반발로 국회 일정에 차질을 빚거나 추경처리나 인사청문회가 공전하면 그 책임은 야당에 갈 것이란 계산이다. 국민 여론에 결국 야당이 굴복할 것이란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현 사태와 관련해 "여야 대치 국면에선 추경안과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가) 모두 늦어질 수 있다"라며 "추경 못 해서 일자리에도 문제가 생긴다면 그 타격은 결국 야당이 입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 공전의 책임을 야당에게 돌리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야당이 싸움을 거는 이유는 여론을 악화시켜 대통령에게 타격 주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우원식 원내대표도 "추경과 정부조직법이 제출된 지 10여 일이 지났는데 상정조차 합의하지 않는 야당이 협치를 포기하는 것 아닌가"라면서 국회 공전을 야당의 탓으로 책임 전가했다.
반면 야당은 현 경색 국면에서 반전을 꾀하고 있다. 여권에 거부감을 갖는 계층의 재결집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대통령의 인사강행과 관련해 "이런 경색 국면이 지속될수록 국민도 결국은 (지난 정권과) 똑같다는 것을 알게 될 거다"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야 3당 원내대표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19일 국회의장과 4당 원내대표 회동 당시 정우택 자유한국당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은 협치라는 개념부터 제대로 정의해야 한다"며 "대통령은 독선과 독주로 가고 있는 것이지 절대 국회와의 협치의 정신에 부응해서 활동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문 대통령을 비판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진정한 협치란 사전에 공동으로 논의하고 결정하는 게 협치다"라며 "국회에 무조건 도와달라 하고 그대로 따라달라 하는 것이 어떻게 협치냐, 이명박 박근혜 정부와 뭐가 다른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야당의 의견을 발목잡기로 치부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참고용으로 생각하는 발상을 가지고 있으면 아무리 정부·여당이 바로 하려고 해도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 경색 정국에서 여야 모두 손해 보는 건 없을 것이라는 일종의 '치킨 게임' 속에 향후 남은 장관 인사청문회와 추경과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가 어떻게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