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정치팀】= 대선이 끝나면서 국민의 관심은 대부분 승자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쏠려 있지만, 그만큼 패자들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가는 게 일반적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경남지사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앞으로 어떤 길을 걷게될지도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선이 끝난 지 불과 1주일 여밖에 안된 상황이지만 이들 4명의 대선 패자들은 일찌감치 재도전 등을 언급하며 정치 재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고 있다. 홍 전 지사는 미국 체류 중이지만 자유한국당 내부 사정에 대해 연일 SNS에 글을 올리고 있고 안 전 대표와 심 대표는 18일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며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유 의원은 의정활동에 몰두하면서 광주에는 기념식 전날인 17일 미리 다녀왔다.
대선 패자들이 이처럼 정계 복귀에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잠시 세인의 관심 밖으로 멀어진 인사가 있다. 국민의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손학규 전 경기지사다. 남경필 경기지사와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과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등 다른 정당의 경선 패자들은 대부분 자치단체장이나 현역 의원이다. 이들 경선 패자들은 원래의 자리에 복귀해서 남은 임기에 충실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손 전 지사는 경선 패배 이후 맡았던 국민의당 선대위원장 직위도 대선 이후 내려놓았다. 딱히 당내에서, 정치권에서 그의 역할 공간은 넓지 않아 보인다.
손 전 지사는 그간 몇번의 대선에서 계속 유력 주자로 거론은 돼 왔지만 정작 본선에 출마한 적은 없다. 2007년 대선에서는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에게, 2012년 대선에서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지난 대선에서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 밀려 번번히 2위로 낙선한 바 있다.
이에 그가 4번째 대선 출마의 뜻을 품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있지만 그의 나이 올해 70세다. 5년 후를 기약하기엔 상대적 고령이란 점이 부담이다. 이런 가운데 손 전 지사가 18일 광주에서 열린 제37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대선 이후 사실상 첫 공식 일정이다.
손 전 지사는 이날 오후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5월 18일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한 번도 빠짐없이 동지들과 참석했고, 오늘은 정권교체 후 첫 기념식인 것이 더 의미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잘 성공하기를 바라고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제대로 발전하는 마음으로 참배했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는 이어 정치 재개를 묻는 질문에는 "특별히 말할 게 없다"고 답을 끊었다.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에 거론되고 있다는 말에 대해서도 웃음으로 대신한 뒤 통화를 마쳤다.
실제 국민의당 일각에서는 손 전 지사의 비대위원장 추대 이야기가 나온다. 동시에 비대위 체제 이후 열릴 전당대회에 당 대표로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손 전 지사는 당내 경선에서 안 전 대표에게 크게 패했지만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아 당에 힘을 보탰으며, 정치적 경륜이나 무게감에 비춰봐도 박지원 전 대표 이후 당을 추스릴 수 있는 적임자란 평가에서다. 그는 경선 패배 직후 축하연설에서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양대 패권 정치세력이 집권하는 것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정치적 신념을 드러낸 바 있다.
동시에 손 전 지사의 경우 과거 한나라당에 몸담았던 전력으로 구여권 인맥이 탄탄하다. 국회가 이례적으로 다당 체제로 재편됨에 따라 정치 경험이 풍부한 손 전 지사의 정치력이 국민의당 재건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김동철 의원은 손 전 지사가 민주당 대표를 역임하던 시절 비서실장을 맡아 '손학규계'로 분류된다. 함께 대선을 이끌었던 박지원 전 대표가 사퇴를 하고 나선 상황에서 손 전 지사의 행보에 시선이 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도 역시 일각의 주장에 불과하다. 당내에서는 텃밭인 호남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안철수 전 대표가 크게 패한 것을 두고 위기 의식이 상당하다. 호남 민심을 되찾아오는 게 무엇보다 급선무인 것이다. 이 때문에 비대위원장도 호남 출신 인사가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당 대표 경선은 상황이 다르다. 일단 대선 패배 후유증이 일정부분 가신 뒤인 9월께 열릴 가능성이 있는데다 원대대표와 정책위의장이 호남 출신이라 당 대표는 비호남에서 나오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여론이 조성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손 전 지사의 향후 행보는 일단 정치권과 당분간 거리두기로 갈 가능성이 있다. 그러다 전당대회를 향해 움직일 공산이 크다. 정치인 손학규의 또다른 정치 도전이 시작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