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정치팀】= 대선일이 가까워지면서 지지율 2, 3위를 달리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의 신경전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서로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대항마를 자처하며 비교 우위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지지율이 오차범위 안팎에서 다소 앞서는 안 후보 측에서는 문 후보를 꺾기위해 지지율이 낮은 홍 후보가 사퇴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홍 후보 측에서는 오히려 자신이 안 후보를 넘어섰다고 주장하며 보수표의 결집만 있으면 당선이 가능하다고 맞서 있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선거 막판 중도와 보수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가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일단 홍 후보의 상승 기세가 간단치 않다. 홍 후보는 이른바 '돼지흥분제 논란' 이후 빗발친 정치권의 사퇴 요구에도 불구하고 선거 종반전에 접어들며 지지율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동생 박근령씨와 바른정당 일부 의원들의 지지까지 끌어내면서 안 후보를 제치고 지지율 2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이와 관련 홍 후보는 이날 전북 전주 거점유세에서 문 후보를 거론한 뒤 "자체 조사로는 (우리) 두 사람은 딱 붙었다. 안 후보는 빠졌다. 5월9일 기점으로 우리가 이긴다"고 말했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홍 후보가 안 후보를 바짝 뒤쫓는 양상이 나타난다.
미디어오늘이 에스티아이에 의뢰해 지난달 29~30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휴대전화 RDD 자동응답방식) 결과 홍 후보는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17.4%를 기록, 19.2%를 얻은 안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바짝 뒤쫓았다. 문 후보는 해당 조사에서 46.0%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또 뉴데일리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9일 전국 성인 1,023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06%포인트, 유무선 ARS 방식)에서는 홍 후보가 20.8%의 지지율을 기록, 21.5%를 얻은 안 후보와 불과 0.7%포인트 차이로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 문 후보는 해당 조사에서 41.1% 지지율을 기록했다. 각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고하면 된다.
홍 후보 측은 여기에 더해, 이은재 의원을 비롯한 바른정당 의원들이 대거 유 후보의 사퇴를 주장하며 홍 후보 지지선언을 할 분위기여서 한껏 고무돼 있다. 바른정당 대오를 무너뜨리고 유승민 후보를 지지하던 보수 표심까지 모조리 끌어오면 2위 자리를 빼앗아올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반면 안 후보 측은 홍 후보의 상승세는 제한적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어차피 당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여겨지는 홍 후보에게 표심이 쏠리겠느냐"라고 반문한 뒤 "결국 선거일이 다가올 수록 될 사람을 밀어주자는 심리가 강해질 것"이라고 막판 재반등을 기대했다.
실제 김종인 개혁공동정부준비위원장 측 최명길 의원은 이와 관련 뉴시스와 통화에서 "홍 후보의 상승세는 멈췄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에겐 결선투표를 요구하는 마음이 있다"며 "제도로 결선투표가 보장돼 있지 않다면 어떻게든 결선투표를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홍 후보가 일시적으로 지지율 상승 국면을 맞았지만 결국 선거가 닥쳐오면 문재인-안철수 양강구도가 다시 실현될 것이란 기대섞인 분석이다.
안 후보 측은 양강구도가 재실현되면 홍 후보에게 빼앗겼던 보수표가 대폭 되돌아올 것으로 보고, 이후 김종인 위원장이 이끄는 개혁공동정부준비위원회를 통해 범여권과 차기 정부 구성을 논의하며 사실상의 단일화를 이끌어낸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이들은 특히 문재인-안철수 양강구도 재실현 후 홍 후보의 사퇴 가능성에도 여전히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전략이 실제 실현될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홍 후보는) 본인이 일정 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지 않나"라며 "홍 후보가 사퇴를 하려면 문 후보 집권을 막는 쪽에 초점을 두는 건데, 안 후보 쪽에서 홍 후보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블랙아웃'으로 불리는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까지 시일이 촉박하다는 점도 안 후보 측엔 불리한 부분이다. 특히 그간 '홍준표 때리기'에 소극적이었던 민주당 쪽에서 블랙아웃 돌입을 염두에 두고 홍 후보에게 막판 공세를 가하고도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와 관련 "문 후보가 상대하기엔 안 후보보단 홍 후보가 더 쉬운 만큼, (홍 후보를 때려서) 문재인과 홍준표 양자구도처럼 비춰지게 한다는 것"이라고 민주당 전략을 분석했다.
막판 '홍준표 때리기'를 통해 되레 홍 후보 존재감을 블랙아웃 기간 전까지 최대한 부각시킨다는 민주당 전략으로 인해, 자칫 보수성향 유권자들에게 조기대선이 문재인-안철수 구도가 아니라 문재인-홍준표 구도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안 후보 측은 일단 총선 기간부터 거론했던 '양당의 적대적 공생 관계'라는 프레임을 다시 꺼내 들고 있다. 문 후보 측이 뒤늦게 홍 후보를 때리고 나선 전략을 '적대적 공생관계'로 규정하며 민주당 전략에 맞서고 홍 후보 지지율 추가 상승을 견제한다는 것이다.
김성식 전략본부장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문 후보와 홍 후보는 서로를 헐뜯으면서도 필요로 한다"며 "서로에게 일등공신이 되어주는, 일란성 쌍생아 같은 상황이다. 낡은 패거리 정치를 바꿔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가자는 안 후보의 호소가 이 때문에 더 정당성을 얻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당은 아울러 홍 후보를 '대통령에 당선될 후보'가 아니라 '15%를 노리는 후보'로 규정, 보수층의 전략적 선택을 유도한다는 전략도 고수하고 있다. 장진영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10%를 받기도 어려울 홍 후보는 일찌감치 사퇴하는 것이 답"이라고 홍 후보를 몰아세웠다.
국민의당은 특히 안 후보의 당선을 가름할 카드로 김종인 개혁공동정부준비위원장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다. 홍 후보 지지율 상승을 성공적으로 견제하고 최대 사퇴까지 이어지는 상황을 염두에 두면서 안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운신이 자유로운 김 위원장이 당 외곽에서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민주당 비문 세력과 범여권 비박 세력을 결집시키길 기대하는 것이다.
김영환 선대위 미디어본부장은 이와 관련 기자들과 만나 "개혁공동정부론이 이번 대선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며 "민주당 반패권세력과 탄핵에 찬성하고 패권에 반대하는 바른정당 세력, 자유한국당 내에서도 탄핵에 찬성한 분들과 개혁에 동참하는 분들과 힘을 합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