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정치팀】= 바른정당이 창당 3개월만에 극심한 분열상을 노출하며 위기에 빠진 모습이다. 유승민 후보의 지지율이 지지부진하면서 당내에서는 후보 단일화를 요구하는 주문이 잇따르지만, 정작 유 후보가 '마이 웨이'를 고수하고 있어 당 전체가 온통 시끌벅적한 상태다.
바른정당은 전날 5시간이 넘는 마라톤 의원총회 끝에 유승민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간 '3자 원샷 단일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주승용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바른정당은 유 후보의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며 "다만 좌파 패권세력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해 3자 단일화를 포함한 모든 대책을 적극 강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승민 캠프 측은 의총 종료 직후 20분 만에 지상욱 대변인을 통해 단일화 방침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에 의총이 끝나고 나서 분위기는 격앙되고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바른정당 핵심 관계자는 25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유 후보가 지켜보겠다고 합의해놓고 20분 만에 전면 거부한다는 메시지를 밝히는 통에 마치 정당이 흔들고 자기는 지키는 프레임이 되어버린 것 아니냐"라면서 "후보가 지켜보겠다는 것도 아니고 전면 거부 입장이었으니 후보단일화를 추진할 동력이 없다. 완주를 하겠다고 하니 이번 대선은 5자 구도로 가지 않겠느냐"고 후보단일화 전망을 비관적으로 봤다.
그는 "선거 중반에 후보와 의원들이 처음 소통을 한 것인데 유 후보가 의총을 단결의 장으로 만들 수도 있었는데 그런 선택을 했다"며 "부산과 서울을 포함해서 현재 바른정당 지방조직이 많이 와해되고 있다. 의총에서 이 점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함께 가면 좋은데 유승민 후보가 잃은 게 많았다고 본다"고 유 후보에 아쉬움을 표했다.
반면 유승민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인 김세연 사무총장은 "(후보단일화는) 당론으로 정해진 적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당론 결정 대상도 아니고, 의결 과정을 거치지도 않았기 때문에 후보 단일화가 당론이란 것은 일방적 주장이란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논의된 바는 있지만 당론으로 채택한 것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급기야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5시 국회에서 긴급 간담회를 자청하며 후보단일화 당내 의견과 유 후보의 완주 입장이 공존하는 것에 대해 "간극이 있다고 보지 않고 두개가 모순되지 않게 진행될 수 있다고 본다"고 후보단일화 추진의 뜻을 밝혔다.
주 대표는 유 후보가 끝까지 단일화에 응하지 않을 상황에 대해 "단일화가 되는 과정에 있고 후보가 반대 의견을 개진한다는 상황이 온다면 그 때 또 논의하겠다"고 답변을 유보했다.
한편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는 이날 오전 용산 한국여성단체협의회 강당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 후보 초청 성평등정책 간담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의 후보 단일화 질문에 "기존의 입장과 변한 것이 아무 것도 없다"며 단독 후보로 대선을 완주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얘기(후보 단일화)가 나올 것이란 예상은 했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덤덤하게 밝혔다.
바른정당은 후보단일화의 최적 시기를 투표용지가 인쇄되는 29일 이전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유 후보는 오는 26일 여의도와 신촌 유세에 이어 27일에는 지방 유세 일정을 잡으며 대선 완주로 맞서고 있다. 바른정당의 내홍이 어떤 결론으로 끝날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곧 이번 대선의 향배와도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