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정치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간 여론조사 지지율이 접전 양상을 띠면서 둘의 신경전도 점차 가열되는 분위기다. 말로는 검증이라고 하지만 두 후보는 물론 양측의 캠프에서도 사실상 네거티브 공방에 가까운 설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두 후보의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더욱 점입가경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9일 문 후보 측 권혁기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안 후보와 국민의당에 이른바 '차떼기' 의혹 해명을 요구하며 "본격적인 검증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시동을 걸었다. 이후 문 후보가 직접 안 후보를 비판하고 나섰다. 문 후보는 9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안 후보가 정권연장 세력을 대표하는 후보가 되고 있다"면서 "그간 안 후보는 마치 정권교체를 위한 후보인양 처신해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민주당은 국민의당이 지난달 광주 경선 때 선거인단 130여명을 모집해 렌터카로 실어 날랐다는 의혹을 주시하고 있다. 이와관련 전라남도 선거관리위원회가 관계자 2명을 광주지검에 고발하자 당 차원의 집중공세에 나서고 있다. 추미애 대표는 7일 "유체이탈 화법을 쓰면 되겠느냐"며 안 후보를 직격하고 이와 관련해 당내에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다 민주당은 보수 표심이 안 후보에게 향하는 것에 대비해선 안 후보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발언을 문제 삼았다. 앞서 6일 안 후보가 '당론을 사드 찬성으로 바꾸도록 당을 설득하겠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문 후보 측은 "국익이라는 명분으로 포장하긴 했지만 표를 의식한 말 바꾸기로 밖에 비쳐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검증의 화살은 안 후보의 가족도 겨냥하고 있다. 문 후보의 교육특보인 전재수 의원은 안 후보에 대해 "지난 2008년 카이스트, 2011년 서울대에 자격미달 연구실적 미달에도 불구하고 교수로 임용됐다"며 "부인 김미경 서울대 의대 교수 역시 1+1로 임용된 사실이 밝혀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객관적인 전문성 검증을 위해 김 교수의 연구실적 공개를 촉구했다.
아울러 자녀의 재산공개 거부와 관련, "딸이 지금처럼 박사과정에 있던 2013년에는 공개했던 딸의 재산을 2014년부터는 독립생계유지를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며 "혹시 공개해서는 안 될 자녀의 재산이나 돈거래가 있는 것은 아닌가"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같은 문 후보 측의 파상 공세에 가만히 있을 안 후보 측이 아니다. 일단 공정한 법적 조치를 천명하면서 민주당 공세에 대응하고 있다. 안 후보는 9일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은 뒤 기자들과 만나 광주시당 관계자들이 '차떼기' 논란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데 대해 "위법혐의에 대해선 단호하게 처벌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전재수 의원이 부인과 자녀 의혹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선 "네거티브 뒤에 숨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토론해 정책과 비전, 리더십을 밝히길 바란다"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자신이 종교단체인 신천지나 조폭(조직폭력)과 연관돼 있다는 주장도 근거 없는 네거티브라고 일축했다.
이어 안 후보도 문 후보를 직접 겨냥했다. 지난 6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선 문 후보를 두고 "정말 많은 정치적인 자산들을 물려받은 것을 보면 부럽다"고 하는가 하면, "계파세력이 집권하면 전국에 있는 그 수많은 인재들을 널리 등용하지 못하고 무능한 계파 내 세력들만 등용해서 국가적으로 중요한 일을 시킨다"며 '친문 패권주의'를 거론했다.
이런 공격은 문 후보를 '무능력한 상속자'라는 프레임에 가두려는 포석이다. 문 후보가 '3D 프린터'를 '삼디 프린터'로 말한 일을 "일반적으로 누구나 보면 '쓰리디 프린터'라고 읽는다"고 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의당도 거당적으로 문 대표를 공격하고 있다. 양순필 국민의당 수석부대변인은 "정권교체 진영의 확장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은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라면서 "자기의 당선만 정권교체고 안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정권연장이라는 주장은 오만과 독선의 극치"라고 직격했다. 그는 "적폐청산과 정권교체는 입으로 떠든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문 후보는 자신을 지지하는 않는 국민을 적폐세력 편이라고 몰아세우고 있다"고 공격했다.
박지원 대표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 후보는) 대통령감이 못된다는 것을 스스로 밝히는 것"이라면서 "문 후보가 양자 대결에 이어 5자 대결에서도 안 후보에게 뒤쳐지니 초조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또 "4년간 선두주자라며 문재인 대세론을 부르짖더니 선거 29일을 앞두고 이렇게 졸장부 짓을 한다면 도저히 대통령감이 못된다는 것을 스스로 밝히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와관련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유권자들 사이에서 네거티브를 혐오하는 분위기가 상당하다"며 "시간이 지나면 네거티브로 비춰지는 쪽보다 정책으로 승부를 보려는 쪽이 우세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