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정치팀】= 안희정 충남지사가 29일 안방인 충청권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내주면서 고민에 빠졌다. 문 전 대표 충청 경선에서 전체 47.8%인 6만645표(유효득표수 기준)를 얻어 36.7%(4만6,556표)에 그친 안 지사를 여유있게 따돌렸기 때문이다.
안 지사는 안방인 충청권에서 압승을 기대했지만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을 막지 못해 향후 전략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 당초 안 지사 측은 호남권에서 문 전 대표에게 과반을 내준 후 충청권에서 압승해 만회한 후 영남에서 버티고 수도권에서 선전해 결선투표를 이뤄내면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안방인 충청에서도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의 벽에 부딪치면서 이젠 2위 자리마저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3위인 이재명 성남시장과의 격차가 크지 않아 이 시장 지지층이 밀집한 수도권에서 자칫하면 2위 자리마저 내줄 공산도 있다. 문 전 대표의 과반 득표를 막아 결선투표가 현실화되더라도 최악의경우 남은 한 자리를 이 시장에게 내줄 수 있는 셈이다.
안 지사의 갈 길은 더욱 고단해 보인다. 29~31일(ARS 29∼30일, 순회투표 31일) 치러지는 영남권 순회경선은 조직과 연고를 내세운 문 전 대표의 초강세지역이다. 안 지사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문 전 대표는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상임선대위원장으로 현역 의원 등 100여명이 참여한 부산지역 선대위를 가동하고 있다. 민주당 부산시당 위원장인 최인호 의원도 친문계다. 문 전 대표는 앞서 부산 지역 선대위 출범식에 참여해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전체를 통틀어서 최소한 과반이 (목표이며) 자신 있다"고 단언한 바 있다.
안 지사 측은 선거인단 21만명 수준인 영남권에서 문 전 대표의 득표율을 70% 이내로 묶으면 수도권에서 결선투표행 불씨를 되살릴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이미 두 곳의 경선에서 문 전 대표가 멀찍이 달아나면서 상승세를 탔기에 영남권 선거에서는 더욱 압도적 승리가 점쳐진다.
그래도 안 지사 측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한 관계자는 "문 전 대표 측은 충청 경선에서 55%를 목표로 했던 것으로 안다. (패배는 했어도) 선전했다고 본다"며 "호남과 충남권 득표율을 합산하면 문 전 대표는 55% 수준이다. 문 전 대표가 영남에서 70%를 확보하지 못하면 결선투표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문 전 대표가 수도권에서는 절대 과반을 넘을 수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실제 지사 측은 영남권에서 '대연정'에 대한 호응이 높다며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부산·경남에서 문 전 대표가 강세지만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안 지사가 문 전 대표를 앞선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대구 지역 무소속 홍의락 의원이 공개 지지를 선언한 것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안 지사는 대연정의 당위를 설명해 문 전 대표의 확장성과 이 시장의 안정성에 의문을 갖고 있는 선거인단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지사가 문 전 대표보다 본선 경쟁력에서 앞선다는 점도 강조할 예정이다. 안 지사는 충청권 경선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수도권에서 60% 이상 많은 유권자들이 아직 남아 있다"며 "최대한 새로운 정치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말해 반드시 역전의 기회를 잡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제 1위 경쟁보다는 2, 3위 다툼이 더 흥미롭게 됐다는 분위기다. 현재 안 지사와 이 시장은 문 전 대표의 과반득표를 막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운명 공동체이지만 결선투표의 한 축을 놓고 다투는 경쟁자이기도 하다.
투표인단 규모가 가장 큰 수도권은 아무래도 안 지사보다는 이 시장이 유리할 수 있다. 때문에 이 시장은 최소 수도권에서 안 지사를 넘어 2위에 오른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실제 이 시장에게 후원금을 낸 지지자 중 80%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고 한다.
현재 호남과 충청 경선의 누계로는 문 전 대표가 55.9%의 득표율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으며 2위에는 안 지사가 25.8%로 힘겹게 쫓아가고 있다. 이어 이재명 성남시장이 18.0%로 3위, 최성 고양시장이 0.3%로 최하위다. 민주당 경선에서 이제 남아있는 관전 포인트는 문 전 대표가 결선투표 없이 과반 득표율로 후보가 확정되느냐와 함께 2위는 누가 되느냐에 있다. 대연정론을 앞세워 바람을 일으켰던 안 지사가 막상 경선에 들어간 뒤 험난한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