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정치팀】= 국회의 대통령 탄핵 가결을 요구하던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지난해 말 이른바 '사이다 발언'으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턱밑까지 추격했던 이재명 성남시장이 최근들어 지지율 하락세에 시달리고 있다.
한 때 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8%까지 오르며 한국의 트럼프 현상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고 헌법대판소 심리로 넘어간 뒤 부터는 좀체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있어 이 시장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그 사이 당내 경쟁자인 안희정 충남지사의 지지율이 급상승해 이 시장과의 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다.
실제 리얼미터가 지난 13~17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2,521명에게 조사해 20일 발표한 2월 3주차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전 대표는 32.5%로 1위, 안 지사는 20.4%로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14.8%), 4위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8.8%)였고 이재명 시장은 8.1%를 기록하며 5위를 기록했다.
또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17~18일 전국 성인 남녀 1,013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를 조사해 이날 발표한 결과에서도 문 전 대표(31.9%) 안 지사 (23.3%) 황 대행(12.8%)에 이어 이 시장은 9.6%로 4위에 그쳤다. 이어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7.6%),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3%), 남경필 경기도지사(1.2%) 순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관위 참조)
이 시장으로서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지지율도 문제지만 안 지사가 상승세를 거듭하는데 반해 자신의 지지율은 갈수록 후퇴하고 있다는 점이 더 걱정이다. 뭔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 시장은 문 전 대표의 '토론 기피' 논란과 안 지사의 '대연정' 발언에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지지층 결집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그다지 의미있는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 시장이 고전한는 배경에는 이미 당내 진보적 세력은 문 전 대표로, 중도적 세력은 안 지사로 쏠리면서 끌어올만한 세력이 사라졌다는 점이 자리하고 있다. 당내 경선과정이 친문 대 비문의 대결로 흐를 경우 이 시장이 비문 진영의 대표주자로 결선투표에서 문 전 대표와 맞대결을 하면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는 게 당초 정치권의 관측이었다.
하지만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하차 이후 중도진영의 표 상당 부분 안 지사에게 쏠렸고, 나아가 충청권 지지세도 안 지사가 모두 가져가다시피 해 상대적으로 이 시장 바람은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다보니 당내 비문 진영 지지세도 이 시장이 아닌 안 지사로 옮아가는 듯한 양상이다. 이 시장 입장에선 더욱 다급한 실정이다.
결국 이 시장은 가장 크게 기대를 걸 곳은 후보자간 상호 토론회 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짧은 시간에 보다 많은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정치적 내공을 보여주는 데에는 역시 TV토론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 시장은 20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바라는 바가 경선국면에서 토론을 통해 드러나면, 저는 충분히 역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깜깜이 선거, 학예회 발표 정도로는 실력을 알기 어렵다"면서 "당내 후보 간 토론이나 검증이 직접적으로 국민들이 보는 가운데에서 좀 더 많이, 좀 더 빨리 이뤄지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의 한 핵심 측근도 "'문재인 비판' 노선으로 가면 문 전 대표의 지지자들이 '내분을 일으킨다', '발목 잡는다'고 난리를 치니 제대로 하지도 못한다"며 "정책적 콘텐츠가 문재인-안희정 두 후보보다 훨씬 나은데 이걸 보여주려면 당이 토론회를 열어줘야 하는데 지도부부터 문 전 대표의 사조직인 것처럼 비호하고 있으니 참 답답할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측근도 "후보간 토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정해진 방송 형식을 맞춰서 하는 토론보다 주제를 열어두고 시나리오 없이 맞장 토론을 해야 검증이 된다"면서 "말을 잘하느냐 여부보다 실제 철학, 의지, 공약 실현 가능성에 대해 얼마나 구체적으로 준비했는지가 토론회에서 드러날테니 그런 것을 공개 검증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 측은 경선에서 안 지사를 누르고 2위를 차지해 문 전 대표와 '결선투표제'에서 승부를 가리겠다는 목표를 여전히 갖고 있다. 경선에서 일반 국민들이 대거 참여하는만큼, 현재 여론조사와 실제 '밑바닥 여론'은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특히 이 시장 측은 안 지사를 지지하는 중도 성향의 국민들이 경선에 대거 참여하지는 않으리라고 판단하고 있다.
또 자신의 온라인 지지자인 '손가락 혁명군'의 경선 참여를 자극하는 한편, 유력인사를 내세우지 않고 일반 국민들의 후원금을 모아 이를 홍보하는 데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다른 두 후보가 본선을 염두에 둔 '거대 자문단 구성'이나 '공개 지지선언'으로 세 몰이를 할 때, 경선에만 집중해 야권 지지층을 대폭 끌어 모으겠다는 뜻인 셈이다.
이 시장의 핵심 측근은 "5~10% 정도의 핵심지지층은 흔들리지 않고 있어 우리가 성남시정 성과를 홍보하며 안정감을 주면 충분히 경선에서 2등을 할 수 있다"며 "이미 후원금도 10억원을 돌파했고, 이 기세가 경선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