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정치팀】= 홍준표 경남지사가 16일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으면서 홍 지사의 향후 정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사 출신인 홍 지사는 15~18대 옛 한나라당 공천으로 4선 의원을 지내며 한나라당 대표와 원내대표 등 주요 보직을 역임했다. 이후 경남지사 재선에 성공하는 등 다양한 정치경력을 쌓았다.
이같은 경력으로 홍 지사는 그간 여권의 잠룡으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성완종 사건으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는 바람에 그의 큰 꿈이 물거품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이번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그에게 다시 기회의 문이 열렸다. 아직 3심이 남아 있긴 하지만 법률심이란 점에서 2심 판결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중량감 있는 후보 기근에 시달리는 여권에서는 홍 지사의 무죄를 반기고 있다. 그가 뛰어들 경우 야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낮은 여권 후보간 경쟁에 활력을 불어넣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에서다.
실제 홍 지사는 2015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올해부터 천천히 대권 준비를 하겠다"며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이후부터는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입을 굳게 다물어 왔다. 홍 지사는 이날 무죄판결 직후에도 즉답을 피했다.
그는 여의도 경남도 서울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자리에서 대선 출마와 관련, "지금은 그런 말을 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탄핵도 가부 여부가 진행 중인데 대선 문제를 지금 거론하는 것은 좀 성급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이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심판 결정 후 대선 출마를 선언할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란 해석이다.
일단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외에는 유의미한 지지율이 나오는 대선 후보가 전무한 자유한국당으로서는 홍 지사의 무죄가 반갑다.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홍 지사의 당원권 정지와 관련,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할지 말지 여부를 봐야겠다"며 "검찰이 상고하지 않으면 당연히(당원권이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도 "우리 당의 소중한 자산인데 무죄가 나와 환영"이라며 "제가 (적극적으로 영입) 안해도 자기가 생각이 있으면(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일부 의원들도 홍 지사가 자유한국당에서 탈당해 바른정당으로 입당하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우리 당에서도 어느 정도 입당을 기대하고 있다. 홍 지사가 아무래도 인지도가 있지 않느냐"며 "지금 우리당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이 미미한데 홍 지사가 오면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홍 지사가 어느 당을 택하든 선택받지 못한 당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홍 지사는 현재로서는 자유한국당에 잔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금 자유한국당은 박근혜의 사당이 아니다. 이땅의 우파진영의 본산"이라며 "쉽게 떠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홍 지사는 검찰의 대법원 상고 여부를 지켜보며 당분간 도정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홍 지사의 무죄 판결이 나오자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향후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2심에서 무죄 선고받은 이 전 총리는 최근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고 포폭을 점차 넓혀 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지사와 이 전 총리가 모두 자유한국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할 경우 대선 후보군은 이인제 전 최고위원, 원유철 의원, 안상수 의원, 정우택 원내대표, 김문수 전 경기지사, 김관용 경북지사, 김기현 울산시장 등 10여명에 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