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스포츠팀】= 어수선한 분위기를 맏형이 정리한 경기였다.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3일 오후 4시(한국시간) 호주 캔버라의 캔버라스타디움에서 열린 쿠웨이트와의 2015 호주아시안컵 A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남태희(레퀴야)의 결승골을 앞세워 1-0으로 승리했다.
1차전에 이어 2연승을 거둔 한국(2승· 승점 6)은 A조 1위로 올라서며 8강 진출의 9부 능선을 넘었다.
내용은 형편 없었다. 이청용(볼턴), 손흥민(레버쿠젠) 등 주축들이 부상과 감기로 대거 빠졌다곤 하지만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125위의 최약체 쿠웨이트를 상대로 보인 경기력은 졸전이었다.
공격은 답답했고, 수비는 불안했다. 한국이 전반에 시도한 슈팅은 2개였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한 것은 맏형 차두리(35·서울)였다. 차두리는 0-0으로 팽팽하던 전반 36분 전력질주로 오른쪽 측면을 무너뜨린 후, 크로스를 올려 남태희의 결승골을 도왔다.
고전하는 분위기에서 균형을 깬 중요한 도움과 골이었다.
이번이 개인 세 번째 아시안컵 출전인 차두리는 슈틸리케호의 맏형이다. 한국 선수 아시안컵 출전 최고령 기록을 이어가는 중이다.
차두리는 지난 10일 오만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김창수(30·가시와 레이솔)가 갑작스럽게 부상을 입어 몸을 제대로 풀지 못한 채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 역시 컨디션이 정상적이지 않았지만 묵묵히 제 몫을 했다.
오만전에 나서면서 은퇴한 골키퍼 이운재(42·U-23 대표팀 코치)가 보유했던 최고령 출전 34세 102일의 기록을 뛰어넘었다.
1980년 7월25일 생인 차두리는 이날 34세 181일째 되는 날에도 90분 풀타임을 소화했다.
차두리는 이번 대회를 자신의 대표팀 경력의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있다. 불과 한 달여 전에는 현역 은퇴까지 고민했다.
많은 축구 팬들은 지난달 27일 차두리와 소속팀 FC서울의 재계약 소식이 알려지자 크게 기뻐했다.
적잖은 나이이지만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강력한 수비력, 흐름을 바꾸는 특유의 오버래핑 등은 여전히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풍부한 경험도 큰 재산이다.
지난 2001년 태극마크를 처음 단 차두리는 그동안 A매치 72경기(4골)를 소화했다.
예상치 못한 난조로 위기를 맞을 뻔 했던 슈틸리케호가 맏형 차두리의 활약으로 웃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