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5일, 한국에서 '탐정' 용어를 공식적으로 쓸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허가제도 신고제도 아닌 자유업으로 분류되면서 무자격 탐정이 판을 쳐 사람들을 울리고 있다.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니 여전히 '남의 뒷조사나 하는 거 아니냐'는 오해까지 받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을 호주 공인탐정 1호인 유우종 탐정기관총연합회장도 안타까워 했다. 유 회장은 현 상황을 알고도 방치하는 정치권을 비판하며, 탐정업에 대한 엄격한 국가의 관리를 주문했다. 한국의 탐정 도입에 평생을 바쳐온 유 회장을 본지가 만나봤다.
해외 유학파 출신 탐정 유우종, 호주공인탐정 1호
막내 삼촌 의문사에 탐정 진로 결심
민간조사원으로 교과서에 인터뷰 실리기도
"국가가 ‘탐정 관리법’ 만들어 엄격히 관리해야"
"세계 최초의 탐정 허브센터, 인천 송도에 만들 것"
"국민들, 탐정 인식 바뀌었으면"
Q. 한국판 셜록홈즈, 호주공인탐정 1호 유우종 탐정기관 총연합회장이 탐정이 된 계기는 무엇인가?(이하 기자)
고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 형제 9남매 중 막내삼촌이 의문사 했다. 종손인 내 꿈에 나타나 3개월 동안 억울하다 호소하더라. 그 때 탐정되기로 선택하고, 대학교 때 일부로 연극도 배웠다. 특전사 다녀온 후 1990년대에 해외유학을 갔다. 당시 호주만 유일하게 외국인이 탐정 자격증을 딸 수 있었다. PI(민간조사원) 레벨(level)4를 받았다.(이하 유우종 회장)
Q. 탐정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어감이 든다. 탐정은 어떤 사람들인가.
대체로 인식이 부정적이다. 국어사전이나 포털을 뒤져도 그렇다. 사생활 침해나 남의 뒷조사? 이건 탐정이 아니다. 저는 해외유학을 해서 선진국형 탐정 모델을 갖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PI(민간조사원)와 PD(사설탐정)를 나눠 부른다. 한국에서는 2020년 이전까지 신용이용에 관한 법률 때문에 탐정 용어를 못 썼고, ‘민간조사원’이라 불렀는데 (법제화로) 2020년 8월 5일 이후 탐정이란 용어를 쓸 수 있게 됐다. 세계 각 나라 대통령들이 교통사고나 자기 가족 살인사건 등을 조사할 때 탐정을 고용한다. 왜? (사법기관) 못 믿어서. 디지털 포렌식, 교통사고 조사 등 모두 감정이 들어간다.
Q. 셜록홈즈를 읽어봤나? 실제 탐정의 감상이 궁금하다.
안 봤다. 그건 소설이나 드라마 속 탐정이고, 실제와 안 맞다. 최근 저한테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달라고 연락 왔는데 안 했다. 탐정이 하는 일은 아니니까.
Q. ‘민간조사원’이라는 직업 대표로 교과서에 인터뷰가 실리기도 했다.
교과서에 많이 실렸다.(웃음) 한국에 탐정이 직업화 되기 전에 고용노동부, 고용정보원에 탐정 전문가로 임명 받아서 활동도 했다. 삼성 사내 화보집부터 안 나간 데가 없다. 터키 화물선에서 달러 도난사건을 해결하고 조선일보 1면 특집기사로 나가기도 했다.
Q. 한국 최초 해외유학파 엘리트 탐정으로서 어느 나라에서 공부했나.
일본·미국·영국·독일 등을 다녔는데 유일하게 외국인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곳이 호주였다. 퀸즐랜즈주(州) 브리즈번, 시드니 두 곳에서 자격증 따고 다음해에 제자 20명 데려가서 자격증을 따게 했다.
Q. OECD 국가 중 탐정업이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나라는 한국뿐이다. 한국 최초로 탐정을 도입하기 위해 지난 24년 동안 국회에서 공청회 및 전문가 간담회를 진행한 걸로 안다. 22대 국회에서는 어떤 탐정업법을 발의해야 할지.
지금 탐정 중에 제대로 교육을 안 받고 법을 안 지키는 경우가 많다. 이를 규제하지 않으면 무지한 국가가 된다. 알면서도 안 하니까 무지다. 호주에서 자격증 딸 때는 보증인 3명을 세운다. 탐정이 잘못하면 보증인 3명에게도 민사상 책임을 묻는다. 한국도 보증인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Q. 영화나 소설에서 탐정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든다. 실제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있는 건 어떻게 해결하시는지.
의뢰인이 법정 근거자료로 쓰겠다고 하면 법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미국에서는 집 밖에 쓰레기봉투를 내놔도 개인정보 덩어리라 주워오면 안 된다. 쓰레기차 수거인이 봉투를 집어든 후 찾을 게 있다면서 건네받으면 불법이 아니다. 최근에도 산업스파이 조사하는데 탱크로리를 세운다고 차를 빼달라더라. 수배자 잡으러 왔다고 하니 그 사람들이 더 잘해주더라. 경찰이라고는 안 했다.(웃음)
Q. 위험한 의뢰도 많이 들어오나.
금이나 구권, 전쟁화폐, 예금CD, 코인 관련 사건들이 많다. 그쪽 사기꾼들이 30만 명쯤 되는데 그쪽에 손대다가 사망한 탐정도 있다. 종교·정치·사기꾼 관련해서 절대 손대면 안 된다. 저는 조폭 오야붕(두목) 사건을 해봤는데 조사하는 현장에서 조폭 때문에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특전사 출신이라 거기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탐정은 평상시에 운동을 많이 해야 한다.
Q. 재밌었던 일화는.
모 텔레콤 회사가 합병을 하려던 중 이사가 전화와 연구소장이 이상하다 했다. 조사하니 5일 중 2일은 다른 연구실로 출근하고 이미 연구원 8명을 빼냈더라. 중국에서 연구소장을 데려가려 했다. 연구소장은 타워팰리스에서 지하철 타고 출근했다. 모 대형교회 목사가 동료 목사들에게 협박편지를 보낸 건도 있다. 특수용액으로 지문을 채취해 범인을 잡았다. 2000억 원어치 백화점 상품권을 들고 해외로 도주한 경우도 있었다. 범인이 3개 나라에 걸쳐서 도주했다. 모 나라에서 포착해 전화를 걸었다. ‘당신, 어느 호텔 몇 호에 있지? 우리 요원들이 지켜보고 있으니까 허튼 생각 말고 2시간 안에 1층 커피숍으로 나와’라고 해서 잡았다.
Q. 탐정은 아날로그 방식으로만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고 들었다.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 방식으로만 증거를 수집해야 하는 이유는.
선진국에서는 재판과정에 디지털자료는 참고는 해도 인정을 안 한다. 휴대폰하고 필름 없는 카메라는 디지털이라 편집이 용이하고 비디오도 편집 가능하다. 오염 가능성이 있다. 무조건 아날로그 사진이나 영상만 인정받는다. 육안으로 보는 것과 같은 것만. 우리나라 판사들도 선진국처럼 아날로그 자료만 증거로 인정하도록 못박아야 한다.
Q. 최근 4년제 대학에 탐정을 양성하는 탐정학과가 신설됐다고 들었다. 어떠한 커리큘럼을 갖고 있나.
2020년 8월부터 탐정이 자유직이 되면서 학교들이 탐정학과 만들려고 서둘렀다. 몇 개 대학에서 진행하지만 커리큘럼에 문제가 많다. 교수들이 탐정 공부를 하지 않고, 자기들만의 생각으로 만들었다. 거기 다닌 사람 중 저한테 교육을 다시 받으러 오는 사람이 많다. 탐정학과 제대로 만든 데가 서울디지털대학교다. 다른 데는 경찰행정탐정학과가 있는데, 졸업하면 탐정학이 아니라 경찰행정학 학위를 받는다. 눈속임이다. 내년부터는 탐정학과 많이 생길 거고 향후 70년 동안 탐정학이 대세가 될 거다. 워낙 수요가 많으니까.
Q. 탐정 교육기관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큰 그림을 보는 마인드를 배운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범죄증거가 있었는데 사라졌다 하면 의뢰인 앞에서 휴대폰 기종을 포렌식 회사에 전화하고 어떻게 처리했다는 모든 기록을 남겨야 한다. 그래야 법정 근거로 인정받는다. 탐정 수첩은 중간에 찢으면 법적 인정이 안 된다. 살인사건 조사, 문서감정, 포렌식, 교통사고, 화재조사 등 모든 걸 배워야 한다.
Q. 탐정교육 전문기관을 준비중이라고 들었다.
탐정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이 끝나면 국제공인 탐정사관학교를 설립하려 한다. 교육의 난도와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서 인천 국제특구지구(송도)에 30만평 규모의 사관학교를 만들 거다. 강의는 전부 영어로 하고, 99% 학생이 외국인이 될 거다. 화재조사, 살인사건, 법의학, 디지털 포렌식, 항공기, 선박 조사 등 학과가 다 달라야 한다. 무역센터처럼 지어서 각 나라별로 500평씩 사무실로 주고, 인터폴의 1만배가 넘는 조직화를 하겠다. 세계 최초의 탐정 허브센터다. 여기 졸업하는 탐정들은 1년에 한 건만 해도 대기업의 연봉 2~3배가 되게 해야 한다. 저는 조사할 때 하루에 550만원 받는다. 제자 중 한 사람은 대형 로펌에서 회계부정조사만 하는데 연봉 3억 원이고, 또다른 제자는 고등학교 졸업 4년차인데 월 800~900만 원을 번다.
Q. 어떤 사람이 탐정을 해야 하나.
하다보면 테크닉이 생긴다. 그런데 촉이 좋아야 한다. 다른 사람이 사건을 가져오면 접근을 어떻게 할 건지 생각해야. 전문용어로 ‘먹이 던지기’를 잘해야 한다.
Q. 최근 지식재산권 침해 사건이 많아지고 있다는데.
지식재산권 침해가 세계적으로 한 해에 540조원 규모다. 루이비통·샤넬 가품을 한번 조사에 5톤 트럭 5대를 찾아낸 적이 있다. 모 유명브랜드의 전국 37개 상표법 위반 사례를 찾아서 조사보고서를 써서 클라이언트 회사에 넘겼다. 그 보고서가 경찰서 지능팀에 들어가고 압수수색 영장이 나왔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최근 경기 오산에서 6중 추돌 교통사고를 과학적으로 조사해서 8대2 과실을 2대8로 뒤집었다. 경찰과 국과수의 조사 결과를 뒤집어 모두 놀랐다.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탐정에 대한 인식을 바꿨으면 좋겠다. 살다보면 (사건이 벌어졌을 때) 경찰이 ‘증거 있느냐’고 물어볼 거다. 그 증거자료를 채워주는 게 탐정이다. 꼭 내가 아니라도 훌륭한 탐정을 찾아서 억울함이 없으면 한다. 탐정은 공권력의 사각지대를 보완해주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