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정치팀】= 바른정당에 바람잘 날이 없는 것 같다. 대선 패배 이후 이혜훈 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당이 정비되는가 싶더니 안으로는 이 대표의 금품수수 의혹, 밖으로는 끊임없는 통합론에 시달리면서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바른정당은 그동안 자유한국당과의 보수통합론, 국민의당과의 정치개혁 연대 등 통합설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한국당으로부터의 러브콜은 현재진행형이다.
민주당 등 진보정당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보수정당의 통합 필요성이 제기돼왔고 내년 지방선거를 생각하면 두 당의 연합이 현실적인 방안이다. 특히 자유한국당에 비해 당세가 약한 바른정당 입장에서는 지방선거에서 완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당이 궤멸될 수 있다는 우려감도 팽배한 상태다.
이같은 점에서 한국당은 바른정당에 대한 재통합을 원하고 있다. 다만 바른정당에서 표면적으로는 개혁보수를 주장하며 합당을 반대하지만 실제로는 합당 시 상대적으로 지분이 줄어들게 될 것을 우려하는 눈치다.
하지만 이 대표가 금품 수수 의혹에 휘말리면서 더욱 당은 곤혹스런 처지가 됐다. 만일 단 한명의 의원이 한국당으로 갈 경우 바른정당(20석)은 당장 원내교섭단체 지위도 잃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김무성 의원은 한국당 정진석 의원과 함께 초당적 정책 연대 모임인 '열린토론, 미래'를 주도하고 있다. 합당을 반대하는 이들의 입지가 축소되는 분위기다.
국민의당과의 통합설도 여전하다. 특히 중도 성향의 안철수 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바른정당과의 정치 연대설이 끊이지 않는다. 다만 국민의당의 근거지인 호남에서 거부감이 여전하고 바른정당 입장에서도 영남권에서는 부정적 인식이 적지 않다.
당 지도부가 자강론을 외치지만 이같은 대외적 여건 속에 과연 바른정당이 독자적으로 자립할 수 있을지 회의적 전망이 많다. 이를 반영하듯바른정당은 정기국회가 시작됐지만 여전히 존재감을 내보이지 못하고 있다. 심하게 말하면 갈피를 못잡고 허둥대는 모습이나 다를 바 없다.
이는 자유한국당이 정기국회 시작과 동시에 강력한 대여 투쟁에 나선 것과 대조되는 것이다. 한국당은 5일 교섭단체 대표연설도 불참하고 장외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반(反) 민주당의 전선을 확고히 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바른정당의 노선은 아직도 불분명하다.반(反) 민주당인지, 친(親) 보수인지, 국민의당과는 우호적 관계인지 도대체 어떤 노선인지 애매하다.
개혁보수라는 이미지를 위해서는 '반 민주당' 전선을 형성한 한국당과 다른 행보를 보여야 하지만 정기국회가 여야의 '전쟁터'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양 극단으로 치닫는 싸움 속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는 4일 최고위원인 하태경 의원의 행태에서도 잘 나타난다. 하 의원은 이날 본회의장에 입장하면서 시위 중인 한국당 의원들을 향해 "한국당은 가짜 보수"라고 일갈하면서 격한 어조로 말싸움을 벌였다. 그러더니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연설을 시작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이번엔 추 대표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뚱땡이(김정은)가 장마당 세대냐"라고 지적한 뒤 본회의장을 떠났다.
민주당과 각을 세우는 것인지, 한국당과 대립하자고 하는 것인지, 양쪽 모두를 배척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 마저 조만간 금품수수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내에서는 '비대위 체제'로 가야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당의 최대 주주인 김무성 의원이나 유승민 의원이 비대위원장이 맡지 않을 경우 또다시 리더십 부재로 당 전체가 표류할 가능성이 많다. 바른정당의 험난한 항해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