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월4일로 예정된 국민의당의 '바른정당 통합 의결' 전당대회가 전당대회준비위의 '대표당원 중복' 문제 제기로 급정차했다. 당초 전당대회에서의 수월한 의결을 위해 '당원 정리' 작업을 추가로 벌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지만, 통합 의결 단위를 아예 바꾸는 방안도 거론돼 만만찮은 파장이 예상된다.
김중로 전준위원장은 30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도저히 (전당대회) 준비 작업을 계속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28일 발표된 민주평화당 창당발기인 1차 명부 2400여명 중 1000명이 넘는 사람이 우리 당 대표당원과 이름이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2월1일 예정된 민주평화당 시도당창당대회 발기인 명부에는 더 많은 대표당원이 포함돼 있을 것으로 보여 이들을 분류해 내지 않은 채 전당대회를 정상적으로 치를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당 최고의사결정기구가 이 문제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집계된 국민의당 대표당원은 6450명으로, 만약 안 대표 측이 징계를 통한 중복당원 정리에 나설 경우 추가 정리 규모는 1000여명 안팎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28일 민주평화당 창당발기인에 이름을 올린 이들 중 이미 징계를 받은 179명 외에, 오는 2월1일 민주평화당 시도당창당발기인대회에 이름을 올릴 이들이 대상이다.
백현종 조직위원장은 "현재 공개된 민주평화당 창당발기인 명단이 2485명인데 이를 대상으로 당원명부 관리 프로그램을 적용해보니 대표당원 이름과 겹치는 경우가 1028명"이라며 "동명이인의 숫자까지 합치면 1만8300명이 대표당원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만8300명을 이번 주 내에 골라내 대표당원 명부를 확정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다는 문제가 있다. 아울러 전준위 내에서 '대표당원 명부 수정을 위해 전당대회를 연기해도 또 다른 방해 행위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양당 통추위가 2월13일 '통합 전당대회'를 하기로 했는데 당원명부 정리를 위해 전당대회를 연기하면 전체적인 양당 통합 스케줄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전준위 전원의 의견들은 전당대회를 연기해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는 것)"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통합 반대파는) 해당행위를 하면서도 창당을 하려는 것 아닌가. 창당발기인대회도 이미 했다"며 "그런 상황에서 전당대회라는 게 의미가 있나"라고 했다. 전당대회를 치르지 않는 방안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어 "중앙위원회에서 의결할 수도 있고, 당헌을 변경해 전당원투표를 해 정당성을 확보할 수도 있다"고 발언, 통합 의결 단위를 전당대회에서 다른 방식으로 변경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국민의당 당헌은 당의 해산, 합당 의결을 전당대회 권한으로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당헌의 제·개정과 당의 해산·합당은 중앙위 위임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실제로 안 대표 측이 전당대회를 치르지 않고 중앙위원회 또는 전당원투표를 통한 의결을 노려 당헌 개정 등을 강행할 경우 비판 여론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평화당 창당준비위원회 대변인을 맡고 있는 장정숙 의원은 이와 관련해 "전당대회마저 무산시키고 중앙위를 열어 합당을 의결하는 또 다른 꼼수를 감행하게 된다면 국민과 당원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 대표는 일단 오는 31일 전당대회 대책 논의를 안건으로 당무위를 소집, 통합 의결에 대한 대안을 논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