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통합론으로 두 달 넘게 갈등을 빚어온 국민의당 내 친(親)안철수 그룹과 반(反)안철수 그룹이 오는 21일로 예정된 손학규 고문의 귀국을 앞두고 동상이몽에 빠져 있다.
친안 그룹은 바른정당 통합론이 당내 현역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친 상황에서 손 고문이 어떻게든 통합론 수용 물꼬를 터주길 바라고 있다. 특히 손 고문이 대선 과정에서 바른정당과의 후보단일화를 거론했던 만큼, 입국 이후에도 바른정당 통합론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 주길 기대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와 관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최근 직접 손 고문과 통화하며 통합론에 무게를 실어 달라는 뜻을 피력했다고 한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 역시 손 고문과 최근 직접 통화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선 아예 손 고문이 통합추진위원장을 맡아 양당 통합을 진두지휘하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손 고문이 귀국하면 (안 대표와) 만나야 한다"며 "(손 고문은) 당내 주요 정치인 중 한 명이다. 결정된 바는 없지만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하셔야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안 대표 반대파 그룹에서는 손 고문을 '안철수 체제'를 끌어내릴 카드라 보고 의미를 두는 모양새다. 당내 반대파인 중진 의원은 이와 관련해 "안 대표가 사퇴하면 반대쪽에 서서 공격했던 박지원·천정배 전 대표나 정동영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도 맞지 않다"며 "손 고문은 훌륭한 대안"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이같은 '동상이몽'으로 인해 오히려 안 대표 측과 반대파가 서로 접점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손 고문이 비대위원장을 맡게 되면 '안철수 체제'를 끝내면서 안 대표에 대한 반대파의 반감을 누르고 자연스레 통합론에도 무게를 실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강경파인 호남 중진 그룹과 달리 비교적 온건한 성향인 초재선 그룹 일각에서, 안 대표가 통합을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전제 하에 손 고문을 내세운 지도부 교체를 통해 통합 추진을 용인할 명분을 찾으려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통합 반대파 초선 의원은 이와 관련해 "통합론 자체보다도 안 대표에 대한 반감, 안 대표 리더십에 대한 불신이 더 문제"라며 "안 대표가 손 고문을 내세우고 자신은 물러서면서 용단을 보이면 통합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더 반대할 명분이 없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 국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는 손 고문 스스로의 정치 재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손 고문은 지난해 10월 정계복귀와 동시에 더불어민주당 당적을 버렸지만, 국민의당에 합류한 후 대선 후보 경선에서 안 대표에게 패하며 이렇다 할 정치적 성과를 내놓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지방선거 국면에서도 일부 호남 중진 의원들이 '손학규 서울시장 출마론'을 거론하고 나선 것 외엔 별다른 선택지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경기지사 출마설도 간간이 나오고 있지만 손 고문 주변에서는 지방선거 출마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통합 찬반 국면에서 특정한 직을 맡아 내홍을 성공적으로 봉합할 경우 소기의 정치적 성과를 이루며 국민의당 내에서도 입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손 고문은 오는 21일 귀국길에 당내 '바른정당 통합론'에 대한 자신의 대략적인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