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폭발사고 사망자, 뒤바뀐채 장례 치를 뻔 현장 사망자와 중태 후 사망자 시신 뒤바뀌어 유족들 "너무 속상하다" 경찰 "회사 측 도움 받았는데…유족에 사과"
"유가족에게 너무 심한 것 아닌가. 속상하다."
한국석유공사 울산 원유비축기지 공사 현장 폭발사고로 숨진 근로자 신원 확인을 경찰이 소홀히 하다가 유족이 시신을 바꿔 장례를 치를 뻔 했다.
지난 14일 오후 2시35분께 울산 울주군 온산읍 한국석유공사 울산지사의 원유비축기지에서 원유 배관 철거공사 중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하도급업체 근로자 최모(58) 씨가 현장에서 숨졌고, 김모(45) 씨 등 5명이 중경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심한 화상을 입어 중태였던 김 씨는 15일 오전 6시께 병원에서 숨졌다.
이 과정에서 관할 울주경찰서는 사고 당일 숨진 근로자를 최 씨가 아닌 김 씨로 착각해 가족에게 통보했다. 소식을 들은 김 씨 가족들은 최 씨 시신이 있는 울주군의 한 병원으로 와서 통곡했다.
이와 반대로 숨진 최 씨 가족은 김 씨가 치료 받던 병원 중환자실 앞에서 회복을 기원하며 초조한 시간을 보냈다.
이 같은 황당한 상황은 15일 김 씨가 숨지고 나서야 밝혀졌다. 경찰이 최 씨와 김 씨 시신의 지문을 분석하면서 전날 신원이 바뀐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유가족들은 분노했다. 최씨의 가족은 "얼굴에 붕대가 감겨있어 당연히 동생인 줄 알았다"면서 "사고난 순간부터 숨 떨어지고 임종을 마칠 때까지 보살폈는데 동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서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직후 근로자 신원확인은 회사 측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회사에서 사망자는 김 씨라고 확인해줘서 가족에게 통보했고, 시신을 확인한 가족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시신이 심한 화상을 입은 데다 폭발 때 원유를 뒤집어써 가족도 얼굴을 몰라본 것 같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14일 숨진 근로자의 엄지손가락 지문을 몇 차례에 걸쳐 분석했는데 김 씨 것과 일치하지 않았다. 15일 열 손가락 지문을 모두 분석한 후에 김 씨가 아니라 최 씨라는 점을 확인했다.
결국 경찰은 최 씨와 김 씨의 유족에게 신원확인에 문제가 있었던 점을 설명하고 사과했다.
이 같은 사고는 지난달 22일에도 발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부검 의뢰를 받은 시신을 부검을 마친 뒤 차량으로 옮기다가 용역업체 직원이 명찰을 잘못 붙인 것이다.
시신이 뒤바뀐 채로 화장(火葬)이 이뤄지는 시점까지도 유족들은 시신이 바뀌었다는 점을 전혀 인지하지 못 했다. 결국 아직 화장을 하지 않은 유족들은 화장 후 유분만 받게 되는 황망한 지경에 이르렀다.
당시 국과수 관계자는 "정확한 경위 조사를 거쳐 해당 직원에 대한 문책 여부 등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것은 시신 확인절차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경찰 착오로 시신이 뒤바뀐 사고의 경우에는 애초에 지문감식을 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사고다. 국과수 사고도 직원이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 일을 처리했다면 절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시신을 다루는 현장에서는 관리 감식을 철저히 해야 한다. 덧붙여 사고가 난다면 관리 감독자를 엄하게 문책해 다시는 이런 사고가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슬픔에 빠져있는 유족들을 두 번 울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김충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