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임정이 기자】주류 시장의 가치가 ‘가성비’에서 ‘가심비’로 이동했다. 특히 한 병에 1만원이 넘는 ‘원소주wonsoju’가 등장하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서민들에게 사랑받던 소주 업계에 프리미엄 시장이 활짝 열렸다.
2022년 2월 가수 박재범이 만든 소주로 대중의 인기를 모았던 ‘원소주’는 출시 일주일만에 2만 병을 완판하며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같은 해 7월에는 GS25와 손잡고 전국의 GS25 편의점과 GS 더프레시 슈퍼마켓에 ‘원소주 스피릿’ 판매를 시작했고, 9월 누적 판매량 100만 병, 매출액 100억 원을 달성했다.
프리미엄 소주의 기세가 커지자 하이트진로는 한 병에 10만 원이 넘는 증류식 소주 ‘진로 1924 헤리티지’를 선보였다.
이에 따라 2017년 400억 원에 불과했던 국내 프리미엄 소주 시장의 규모는 2022년에는 7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위스키와 와인과 같은 고급 주류에 대한 인기도 커지고 있다. 2022년 7월 CU는 세계 3대 블랜디드 스카치위스키로 알려진 ‘그란츠 트리플우드’를 출시한 지 2주 만에 도입 물량의 99%를 판매했다. 2022년 1월 세븐일레븐의 와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3.2%의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와인특화매장 점포 수도 6,100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소비자가 이색 주류를 즐기게 된 배경에는 혼자 마시는 혼술, 집에서 마시는 홈술 문화가 확산된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취하기 위한 술이 아니라 즐기기 위한 술로 개념이 바뀌면서 ‘칵테일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취향을 살린 나만의 칵테일 레시피를 완성하면서 지금까지와는 차별화된 맛과 재미를 추구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연예인 박나래가 선보인 ‘얼그레이 하이볼’의 제조법이 유행하자 홈플러스는 ‘캔하이볼 3종’을 출시했다. 2022년 7월 캔하이볼 론칭 당일에는 RTD ready to drink 상품 카테고리에서 얼그레이와 레몬 하이볼이 각각 매출 1,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와인 시장의 성장세를 포착한 유통 대기업이 주류 전문 매장을 출범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롯데마트는 2022년 전 세계 4,000여 종의 와인을 한데 모은 대형 와인매장 ‘보틀벙커’를 오픈하고, 잠실에 위치한 ‘제타플렉스점’에서만 4개월 동안 6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현대백화점 그룹도 와인 사업에 뛰어들며 ‘와인웍스’를 기획했고, 와인을 구매하면 그 자리에서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식도 판매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색 주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통 업계의 각축전이 펼쳐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