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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J news

美공원묘지 전문가 세라 리 “美 장례, 철저한 분업체계”

“장례감독자와 묘지 관리 영역 확연히 달라”

20살에 한국 떠나 세일즈 하다 추모공원 상담자로
한국은 묘지도 아파트처럼 깔끔하고 정리 잘돼
미국은 개인주의 강해…자리 남아도 최대 2구만 안치
퓨너럴 디렉터 되려면 3년간 공부…無라이센스로 장례 얘기하면 불법
“이 분야 일하면서 인생 깊이 이해하게 돼”
미국 버지니아주(州) 페어팩스 메모리얼 파크에서 어드밴스 플래닝 어드바이저(상담 전문가)로 일하는 세라 리(Sarah Lee, 한국명 이주현)

미국 버지니아주(州) 페어팩스 메모리얼 파크에서 어드밴스 플래닝 어드바이저(상담 전문가)로 일하는 세라 리(Sarah Lee, 한국명 이주현)는 최근 한국 이민 1세대의 장례를 치르고 있다. 세라 리는 메모리얼 파크의 규격화된 장례를 치르면서 ‘한국사람 장례를 왜 이렇게 하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 최근 한국을 방문해 한국 장례문화를 경험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본지는 세라 리를 만나 미국의 장례문화에 대해 상세히 들어봤다.<편집자주>

Q. 현재 어디에서 근무하나?(이하 기자)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Fairfax) 메모리얼 파크(추모공원)이다. 1957년에 캘보리 세미터리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페어팩스는 워싱턴D.C.에서 차로 30분 정도 걸리는데, 서울의 강남 같은 곳이라 주재원, 정부관계자, 기업인 들이 살고 소득 수준이 높다.”(이하 세라 리)


Q. 한국을 방문한 이유는 무엇인가.

“요즘 미국 이민 1세대인 1940년대 생들이 돌아가신다. 그분들이 40~50년 전에 미국 오셔서 투잡, 쓰리잡을 뛰었고, 영어 배울 시간 없는 상태에서 가족을 위해 희생했다. 미국에서 진행되는 그분들 장례식을 보고 ‘한국사람 장례를 왜 이렇게 하지?’ 싶었다. 그래서 한국 장례를 배우려고 왔다.”

페어팩스 메모리얼 파크의 전경. 미국 수도 워싱턴D.C.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Q. 한국에서 어느 곳을 돌아봤나.

“용인 아너스톤하고 분당 봉안당 홈을 봤다. 깨끗하고 아파트 같았다. 한국에 일본처럼 회사에서 장례 치러주는 옵션이 있다더라. 미국은 회사장이 없고 거의 100% 가족문화다.”

Q. 한국에서 와보니 미국과 또 다른 점은 무엇인가.

“한국 사람은 아파트를 좋아하는데 묘지도 (구획이 정리된) 아파트 같다. 미국은 아파트보다 개인주택을 선호하고 묘지도 그렇다. 묘지 하나에 최대 8~12구가 들어갈 수 있더라도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 보통은 2구만 묻는다.”

Q. 미국의 추모공원(공원묘지)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20살 때 한국을 떠나 뉴욕에서 남편을 만나 정착했다. 주로 세일즈 파트에서 일하다가 7~8년 전에 비석회사에서 요청이 와 상담사(카운슬러)로 입사했다.”

Q. 미국의 장례식은 어떻게 진행되나.

“미국은 병원에서 사망 진단 내리면 사망 소식이 퓨너럴 디렉터(장례감독자)에게 간다. 그 순간부터 돌아가신 분 시신 접수부터 장의차가 운구해서 무덤에 묻힐 때까지 퓨너럴 디렉터가 다 보고 있어야 된다.”


Q. 미국 장례만의 특징이 있다면.

“미국은 다민족 국가라 장례문화도 다양하다. 에티오피아·베트남·중국·한국·이슬람 문화권 등이 묘지 문화에 관심이 많다. 그분들이 자기네들 문화를 충분히 이해받고 돌아가실 수 있도록 하는 게 제 숙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페어팩스 메모리얼 파크의 전경. 이 곳에 매장했다가 이장도 가능하다.

Q. 각국의 다양한 장례문화를 경험할 수 있겠다.

“공산국가 에티오피아에서 워싱턴에 망명 온 사람이 많다. 이들은 까만 옷을 입는데 교회 프리스트(신부)들이 향 같은 걸 기구에 넣어 들고 다니면서 향을 뿌린다.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관이 옮겨질 때나 묻힐 때 심하게 운다. 한국은 기독교식을 많이 진행하지만 한번은 남편이 베트남, 와이프가 한국인으로 불교식이었다. 고인의 동생들이 나한테 배랑 사과를 깎아달라더라. 언니가 좋아하는 과일, 음료수 등을 준비하고, 향 피워서 추모했다. 각자 마지막으로 나의 가족을 보내는 순간을 어떻게 보낼 건지 이해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미국에서 겪은 인상적인 장례식 에피소드가 있다면.

“사촌 형부 지인의 장례식 제목이 ‘셀러브레이션 오브 라이프(인생의 축복)’였다. 식물원을 빌려서 꽃나무 사이에서 칵테일 파티에 핑거푸드(손으로 먹는 가벼운 음식) 먹으며 장례식을 했다. 스크린 두 개를 양쪽에 설치해서 고인의 사진을 보여주고, 가족이나 동료 등 14명이 나와서 돌아가신 분에 대해 이야기했다. 제자, 동료, 상사 등이 고인에 대해 얘기하는 데 되게 감명 깊었다. 우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웃었다. 미국의 장례문화는 웃음이라고 봐도 된다.”


Q. 미국 장례식장의 특징은 무엇인가.

“장례식장에 화장로가 있다. 화장하는 데 몇 시간 안 걸리는데 거의 장례식장마다 화장로가 있다고 보면 된다.”

페어팩스 메모리얼 파크에 설치된 가족묘 시설. 시신 6구와 유골 등을 보관할 수 있다.

Q. 퓨너럴 디렉터(장례감독관)와 시메터리(묘지) 선정 등의 일이 겹치기도 하나.

“미국에서는 퓨너럴 디렉터 라이센스가 없는데 장례식 과정을 이야기하면 불법이다. 저도 (라이센스가 없어서) 상담할 때 장례식 과정을 이야기 할 수 없다. 장례와 묘지는 완전히 다른 비즈니스다.”

Q. 추모공원에 매장했다가 이장도 가능한가.

“미국에 130개 지점이 있는데 이장비용을 지불하면 어디든 이장이 가능하다. 이장하면 그 구역을 회사에서 재판매 할 수도 있고, 아직 매장하지 않은 구역은 구매자가 직접 팔아도 된다.”

Q. 퓨너럴 디렉터가 되려면 어떡해야 하나.

“3년 동안 열심히 공부하고, 1년 인턴으로 일해야 한다. 사람 오장육부를 의사 수준으로 공부해야 한다.”

Q. 상담자로서 어떤 말을 많이 해주는지.

“사전 계획의 중요성에 대해 주로 이야기 한다. 미국인들은 보통 60대나 정신이 맑을 때 장례 준비를 많이 하고, 자녀들이 부모의 유지를 따라서 장례를 치른다. 상담자들에게 미리 서류를 작성하라고 한다. ‘자녀가 사망신고서를 작성할 때 도움 된다’고 하면 다들 하더라. 계좌, 유산 등 120개 정보를 적고, 자식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을 쓰라 한다.”

Q. 장례나 묘지 분야에서 일하면서 어떤 것을 배웠나.

“손님이 돌아가실 때마다 마음이 아파 울지만 이 일을 통해서 많은 친구들을 만났고 위로했다. 삶의 어려운 부분을 공감하면서 인생을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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