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국정감사서 상조업을 향한 손가락질
상조업계 특성 감안한 질의 필요
"상조업 기초 익힌 뒤 질의했으면"
2016년 국정감사가 반환점을 돈 가운데 상조업계를 향한 정치권의 어설픈 지적으로 업계 전체가 매도 당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정재찬)의 국정감사에서도 예년처럼 어설픈 지적이 반복됐다.
이날 질의에 나선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초선·비례)은 "상조 가입자가 420만 명인데, 완전 자본잠식상태인 회사가 등록업체 190곳 중 111개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제 의원은 재무건전성을 감독하는 주무기관을 금융감독원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득수 한국상조공제조합 이사장이 구회 정무위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어 제 의원은 "상조회사의 부실은 영세업체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공제조합사의 부실이 더욱 심각하다. 상위 상조회사 10곳 중 8곳이 완전자본잠식상태"라면서 "(조합이) 예치비율을 은행보다 더 낮게 기준을 제시해 문제가 있던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또한 제 의원은 "한국상조공제조합 조합사 42개사 중 39개사가 완전 자본잠식 상태고, 돈을 다 동원해도 담보율이 10%밖에 안 되는데 자본금을 늘린다는 게 가능한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재무건정성에 관한 관리감독 부처를 '금융위'로 옮기는 개정안을 내는 데 공정위가 도움을 달라"고 말했다.
제 의원의 질의에 대해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자료상 데이터에 오해가 있다. 은행에 예치된 돈 50%는 단독 보상이고, 공제조합의 경우 일종의 보험 성격"이라면서 "담보비율도 5년 내에 18%까지 상향할 수 있도록 건전성 제고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일반 증인으로 국감에 출석한 장득수 한국상조공제조합 이사장도 제 의원의 화살을 피할 수 없었다.
제 의원은 "공제조합 소속의 자본잠식상태 회사 39곳에 문제가 생기면 6천억 원이 더 필요하다"면서 "공정위에서 공제조합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냐"며 장 이사장을 질책했다.
이에 대해 장 이사장은 "공제조합은 필요한 최소한의 담보율을 갖추고 있으며 지난 국감에서 담보비율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바로 한 달 후 TF(태스크 포스)를 꾸려 5년에 걸쳐 18%까지 상향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장 이사장은 "공정위 출신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각이 있어 2배 이상의 강도로 관리감독 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공정위 출신이기 때문에 업계의 어려운 현실과 애로사항을 관계기관에 잘 전달할 수 있어 좋다는 말씀을 해주는 업체 대표들도 있다는 것을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또한 장 이사장은 "상조회사의 재무제표가 자본잠식으로 나타난 것은 일반적인 회계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상조업체의 경우 고객들로부터 받은 선수금이 부채로 인식되고, 장례 서비스가 제공될 때만 수익으로 인정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그는 "일부 합리적이지 못한 방만한 경영 등 여러가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합리적인 대안을 찾기가 어려운 것도 현실이고, 한꺼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전문가와 함께 하나둘 해결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장 이사장의 해명은 상조업계의 특수성을 감안한 지극히 합리적인 것이었다. 특히 상조업체가 선수금을 받았을 때 이것이 부채로 인식되는 것은 상조업계의 기초상식으로 통한다. 하지만 업계 외부에 있는 사람들은 이 회계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막대한 부채'로만 인식해버리기 때문에 과도한 문제로 판단하는 경향이 강하다.
공정위의 할부거래법 강화와 발맞춰 공제조합도 담보비율을 높이려는 노력을 지속해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 관해서는 비전문가인 국회의원들은 최소한의 검토도 하지 않고 비난만 퍼붓는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국감장에서 벌어지는 호통국감, 버럭국감의 행태가 상조업 관련 국감에서도 되풀이되는 것이다.
의원들은 은행 예치방식과 공제조합 예치방식의 차이점도 이해하지 못하고 국감에 참여해 관계자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제 의원과 같은 당인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 또한 이날 낸 보도자료에서 상조업계의 현황과는 다소 차이가 나는 수치를 제시했다. 업계의 자료와 유리된 수치를 제시함으로써 자칫 소비자들의 신뢰에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매우 신중해야 할 행위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조업계의 기본도 모르는 사람들이 단순한 수치 몇 개를 가지고 업계 전문가들에게 질의를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면서 "좀 더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질의를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김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