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김충현 기자】“백 번 장례를 치러도 단 한 차례 똑같은 장례가 없다.(...) 장례라는 시끌벅적한 의례가 그렇다. 사람마다 우는 모습이 같을 수 없듯이 장례도 저마다의 모습으로 치러진다.”
노동 르포르타주를 주로 써온 기록 노동자 희정이 이번에는 장례 현장을 다룬 르포를 내놓았다. 작가 희정은 『죽은 다음』(한겨레출판)을 통해 상조·장례의 세계를 탐구했다.
작가 희정은 장례 현장을 글로 옮기가 위해 직접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따서 현장으로 갔다. 그는 장례 현장을 장례지도사로서 현장을 누빈 내부자인 동시에 ‘기록노동자’라는 제3의 시선으로 현장을 살핀 외부자이기도 하다.
그는 전통 장례 순서에 맞춰 책의 목차를 구성했다. 고복-반함-성복-발인-반곡-우제-졸곡 등이 그것이다. 과거 전통 장례를 경험한 이들이라면 익숙하지만 2030인 소위 Z세대(GenZ)에게는 전혀 생소한 명칭들이다.
그는 우리가 죽음 이후에 마주치는 이들을 꼼꼼히 묘사한다.
시신 복원 명장 장례지도사 김영래와 20년 경력 여성 장례지도사 이안나를 쓴 부분에서 희정의 따뜻함한 숨결이 느껴진다.
그는 상조·장례시장의 공급자보다는 소비자의 눈으로 산업 전체를 살핀다. 산업의 프로세스나 세부적인 사항보다는 인지적·철학적인 측면에 더욱 주목한다.
그간 그가 쓴 책으로는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2011) 『노동자, 쓰러지다』(2014), 『아름다운 한 생이다』(2016), 『퀴어는 당신 옆에서 일하고 있다』(2019) 등이 있다. 사회의 가장 낮고 어두운 곳을 비춰온 그답게 이번에도 장례현장의 젠더이슈 등 쉽게 접하기 어려운, 그러나 어떤 이들은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이슈를 짚어낸다.
상조나 장례는 죽은 이를 추모하기 위한 것이지만, 그와 반대로 산 사람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작가 희정은 이에 천착해 책의 막바지에 결국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물음으로 책을 끝맺는다. 치밀하게 쓰여진 책이라 상조·장례 현장을 알고픈 일반인뿐만 아니라 현직인 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