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정치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일 국민의당을 향한 날선 발언을 내놓아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관계가 다시 살얼음판을 걸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양당은 추 대표의 이른바 '머리자르기' 발언 이후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상태였지만 청와대 임종석 비서실장의 '대리 사과'로 소강 국면에 접어든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추 대표의 발언이 터져 나오며 두 당의 관계가 또 악화일로를 걸을지 주목된다.
추 대표는 31일 대표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SNS)에 "아직 바닥이 싫은 모양이다. 빨리 딛고 일어서길 바라며 시 한수 드린다"고 적었다. 그는 "국민의당에 드리는 시: 정호승 시인의 '바닥에 대하여'"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바닥까지 걸어가야만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바닥은 그냥 딛고 일어서는 거라고"라는 구절을 인용, 제보조작 사건으로 지지율이 떨어진 국민의당을 간접적으로 비꼬았다.
추 대표는 앞서 이날자로 발행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국민의당을 향해 "정당은 민심의 바다에 떠있는 배인데, 민심과 배치되는 정당은 자연 소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제보조작 국면 이후 내놓은 강경 발언과 관련해 '국민의당을 해체·흡수하려는 정치적 계산에서 나온 발언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공당(公黨)이 야바위나 깡패 집단처럼 불의를 감싸는 집단이 돼서는 안 되지 않냐. 저 당은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 제가 쪼개고 할 게 없다"고 비난한 바 있다.
당연히 국민의당은 발끈하고 나섰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추 대표의 '소멸' 발언과 관련, "검찰 수사와 추미애 대표의 언행은 너무너무 동떨어져 있는 반대의 사실, 없는 사실을 확보해서 우리 당을 모욕한 것"이라며 정치적·법적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한다"고 반발했다.
이 때문에 여권에서조차 추 대표의 언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이 세제개편 및 국정 100대과제 입법화 등 국정운영을을 위해 껴안아야 할 국민의당을 오히려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에서다.
그러나 국민의당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임을 모를 리 없는 추 대표가 이처럼 공격적 발언을 재개하는 데는 정치적 노림수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먼저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더욱 기세를 올리기 위해서는 호남을 근거지로 삼는 국민의당의 기세를 꺾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호남은 물론이고 수도권에서도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려면 진보진영의 표 분산을 막아야 한다. 이같은 이유에서 추 대표가 문준용씨 의혹 사건으로 인해 풀이 죽어 있는 국민의당을 더욱 압박함으로써 차제에 완전히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것이다.
이상휘 세명대 교수는 "국민의당이 독자 생존을 하려 한다면 끊임없이 흔들 것이라는 사인을 호남 중진에게 보내는 것"이라며 "호남에서는 민주당과의 합당설도 나오지만 안철수 출마 요구도 있었다. 추 대표의 발언은 국민의당이 독자 생존으로 기울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국민의당을 향한 선명한 비판은 추 대표의 존재감 강화 측면에서도 실익이 있다. 추 대표 본인은 선을 긋고 있지만 서울시장 출마를 염두에 두면서 대중적 인지도 상승이라는 정치적 목적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추 대표는 '머리자르기' 발언으로 인터넷과 SNS 상에서 지지와 호응을 얻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