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정치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가운데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로 벼랑 끝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도 어떤 영향이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외교·안보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박 대통령이 외치(外治)의 리더십을 명분으로 야당의 2선 후퇴 주장에 적극 대응할 계기가 마련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일단 당초 가능성이 낮았던 것으로 평가됐던 트럼프의 당선은 우리 외교 정책과 한반도 안보지형에도 막대한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선 트럼프는 '고립주의'에 기반한 외교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여 그동안 정부가 공을 들여왔던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압박 공조가 느슨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대선 과정에서 동북아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선명한 메시지를 내지 못하는 등 제대로 된 대북정책 원칙을 보인 바 없다는 평가도 받는다.
동맹국들에게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해 온 트럼프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한국측이 인상하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는 언급까지 한 바 있다.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구매 비용까지 우리나라에 청구한다면 배치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경제 분야에서도 트럼프가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보여 우리 수출업계에 타격이 우려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판하며 수차례 재협상을 주장한 바 있어 강도 높은 통상압력도 예상된다.
청와대가 이날 오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긴급 소집해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영향을 평가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한 것도 트럼프 당선으로 고조된 외교·안보 정책의 불확실성을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점들이 박 대통령에게는 예상 밖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으로 외교·안보에서 확고한 리더십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박 대통령이 외치를 내세워 야당의 2선 후퇴 주장에 맞설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는 것이다.
전날 박 대통령은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신임 총리를 추천해줄 것을 요청한 뒤 "신임 총리가 내각을 통할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권한을 보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2선 후퇴를 강하게 주장해 온 야당은 대통령의 권한 이양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고 반발했다. 이에 청와대는 "헌법에 명시된 총리의 권한인 내각 통할권, 임명제청권, 해임건의권 모두를 확실히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야당은 내치(內治)는 물론 외치까지 내려놓을 것을 주장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반도 안보지형에 적잖은 변화가 예고되는 트럼프 당선으로 외치에서까지 손을 떼라는 야당의 2선 후퇴 주장에는 다소 힘이 빠질 수도 있다.
반대로 박 대통령은 북핵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트럼프 당선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엄중한 외교·안보 상황을 강조하는 한편, 대통령을 국가원수로 규정한 헌법 규정을 근거로 2선 후퇴 주장에는 확고히 선을 그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박 대통령은 이날 미 대선 관련 대책을 논의한 NSC 상임위 결과를 보고받으면서 외치를 주도해 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위한 한·미의 강력한 대북 제재·압박 기조가 미국 차기 행정부 하에서도 흔들림 없이 지속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주기 바란다"고 외교안보 부처에 주문했다. 또 "북핵 미사일 위협이 날로 고조되고 있는 엄중한 상황임을 감안해 인수위 단계부터 미국 차기 행정부와의 협력 관계를 조기에 구축해 주기를 바란다"고도 당부했다.
일각에서는 당장 우리 주식·외환시장이 출렁이는 등 '트럼프 쇼크'가 경제 분야를 강타하고 최씨의 국정농단 사태에 쏠려 있던 국민적 관심을 가져갈 것으로 보이는 점도 박 대통령에게는 숨통이 트이는 계기가 될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