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정치팀】= 스스로 중도·화합형 원내대표가 되겠다고 선언한 친박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9일 "친박 아바타나 로봇을 하기 위해 원내대표를 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비록 친박의 전폭적 지원으로 원내대표에 당선됐지만 앞으로는 친박 핵심세력들에 좌우되지 않으면서 독자적으로 당과 야권과의 관계를 이끌어가겠다는 외침이다. 출발점에 선 그의 일성으로 신선하다는 평가는 나온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에서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일단 정 원내대표는 '친박 중진'으로 분류돼왔지만 그동안 친박 핵심들과는 다소 다른 행보를 보여왔다. 특히 정 원내대표는 친박의 절대 지지기반인 TK(대구·경북) 출신이 아닌 충북 출신이고, 자민련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더구나 그의 선친인 정운갑 전 의원은 신민당 출신으로 박정희 대통령 집권 시절 야당의 길을 걸었다.
그는 지난 4·13 총선 참패 직후에도 "집권당은 당만 변해서는 안 된다. 청와대가 함께 변해야 한다"며 "수평적이고, 건전한 당청관계를 정립해야 한다"고 청와대에 쓴소리를 날린 바 있다.
정 원내대표는 또 최경환, 윤상현 의원 등 친박 수뇌부의 공천 개입 녹취록 파문이 불거지자 "당 차원의 진상조사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고, '비선 최순실'의 국정농단 파문 직후에는 "필요하다면 특검이라도 해야한다"고 친박 핵심들과는 결의 다른 주장을 해왔다.
정 원내대표의 이같은 언사를 감안하면 그가 친박계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중도 성향의 행보를 보일 가능성도 어느 정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친박계는 전임 원내대표인 '낀박' 정진석 전 원내대표로 인한 학습효과가 있다. 친박계의 지원으로 당선된 정 전 원내대표는 취임 초기 비박계 중진인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에 내정하는 등 친박계와 각을 세워왔다. '비선 최순실'의 국정농단 파문 이후에도 친박 핵심들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따라서 정우택 원내대표가 정진석 전 원내대표와 같이 '낀박' 행보를 보일 경우 친박계가 이를 두고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특히 '폐족' 위기에서 간신히 '친박 원내지도부'를 세우며 주도권을 회복하고 있는 친박계 입장을 감안하면 오히려 정 원내대표를 사퇴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일지도 모른다.
비박계는 "유승민 비대위원장에 전권을 부여하지 않으면 탈당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친박계는 "유승민은 절대 불가"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친박계의 이같은 기류에 발 맞춰 비대위원장 인선과 관련, "당의 분열과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있는 사람이 비대위원장이 되는 것은 안된다"고 말하며 사실상 유 의원을 비토한 바 있다. '친박 아바타' 오명 벗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