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정치팀】= 비선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마련된 청문회에 대한 부실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의원들은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등의 무딘 공격으로 속시원한 답변을 이끌어내지 못했고, 주요 증인들은 참석도 안했거니와 출석해도 '모르쇠'로만 일관했다.
많은 국민이 관심을 갖고 지켜 본 청문회가 결국 '맹탕' '부실'로 이어진 것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각계에서는 청문회가 매번 국민적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경우처럼 처벌을 강화하는 등의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이야기다.
먼저 청문회 무용론까지 제기되는 데에는 최순실·최순득·정유라·우병우·안종범·정호성 등 핵심 인사가 모조리 불출석한 데 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은 증인, 보고 또는 서류 제출 요구를 거절한 자, 선서 또는 증언이나 감정을 거부한 증인이나 감정인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증인이 동행명령을 거부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동행명령장의 집행을 방해하도록 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실형이 아닌 벌금형에 그치고 있어 처벌 규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 청문회에 출석해서 공개적인 수모를 당하느니 벌금을 내는 게 낫다는 판단 하에 주요 증인들이 국회를 외면하는 것이다. 또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장모인 김장자씨는 출석요구서를 전달받지 않기 위해 집을 비운 채 '공개 가출' 중이다. 그러나 이를 법적으로 제재할 수단이 없다.
이런 가운데 어렵게 이뤄진 재계 총수들은 물론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차은택, 송성각씨 등에 대해서는 핵심을 파고드는 의원들의 '송곳 질문'이 없어 그간 제기된 수많은 의혹 중에 실체가 규명된 게 거의 없다는 평가다. 의원들은 호통치기와 면박 주기에 주력한 듯한 인상이고, 앞의 의원들이 질문한 내용을 또다시 반복하는 모습을 보여 보는 이들을 짜증나게 했다.
여기에 출석한 증인들도 핵심 질문에는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재판 중이어서", "검찰에서 모두 진술했다"고 답을 안하거나 "송구하다"는 식의 동문서답으로 일관했다. 그러다보니 진실에 다가서지 못하고 겉돌기만 했다.
실제로 전날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은 여야 의원들로부터 '최순실을 언제 알았느냐',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무슨 얘기를 나눴느냐' 등 같은 질문을 수없이 반복해 들었다. 이에 이 부회장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을 되풀이 했다.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하는 과정에서의 의혹, 삼성의 정유라 우회지원 의혹 등 '최순실 게이트'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질문들에 대해서는 "부덕의 소치", "부적절한 행동"이란 말로 피해갔다.
7일 청문회 역시 증인들의 '모르쇠' 답변만 거듭됐다. 김기춘 전 실장은 새롭게 제기된 세월호 당일 박 대통령이 미용사를 청와대로 불러들였다는 의혹에 "알지 못한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또 최순실 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최순실을 알았다면 뭔가 연락을 하거나 한 통화라도 하지 않았겠냐"며 모른다는 취지의 답변을 거듭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위증의 죄처럼 청문회를 효율적으로 이끌기 위한 각종 제재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출석 시 실형을 받게 하거나, 불성실 답변에 대해서도 처벌할 수 있도록 특위 위원에게 재량권을 줘야 한다는 식의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의원들 역시 의미없는 질문을 반복하거나 그저 '호통 청문회'로 끝내기보다 의혹들에 대한 전략적인 접근이 가능할 수 있는 방법을 내부적으로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이와 관련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개선책으로 청문회 기간 문제를 지적했다. 김 교수는 "미국의 청문회는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예를 들어 청문회 상에서 문제가 됐다고 여겨지면 해결될 때까지 계속 이어 한다"면서 "그러다보니 1년, 2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 청문회는 기간이 너무 짧다고 부연했다.
김 교수는 이어 우리 청문회의 처벌 강도가 낮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위증의 처벌이 강하다"며 "클린턴 전 대통령도 하원에서 탄핵됐을 때 위증했기 때문에 걸렸다가 할 수 없이 나중에 실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우리는 청문회 불출석 시 엄격하게 조치를 해야한다는걸 잘 안만들었다. 청문회가 제대로 작동되기 위한 조건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면서 "미국의 의회모독죄는 엄청난 데다 증인들도 처벌 때문에 불출석은 상상도 못한다. 때문에 우리도 그런 제도적 장치를 시급히 만들 필요성이 있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