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고의로 사고를 내고 병원비를 허위로 청구하는 일이 늘고 있다. 교통사고 등을 이용한 보험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생계형 범죄로 분류되어 살 깎는 아픔도 참는 ‘처절한’ 사기극까지 생겨나고 있다.
과거에는 일부 범죄조직이 보험사기를 벌이는 주축이었다. 그러나 요즈음은 생활고 때문에 일을 벌이고 보험금을 타가는 일반인이 증가하는 추세다. 규모도 커지고 수법도 지능화되는데다가 친지들까지 총동원하는 거의 ‘조직’이다. 의외의 기관과 인물이 공모에 가담하는 경우도 있어 충격을 준다. 마치 살인사건의 범인을 잡고보니 목격자와 형사였다는 식이다.
심지어 병원장이 재정난에 시달리다가 자살 대신 차선책으로 주도한 사례도 있다. 흔한 유형은, 병원이 가짜환자를 유치해 진료기록부에 허위내용을 기재한 뒤 보험금을 탈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이 허위 진료기록부를 가지고 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 명목으로 상당한 액수의 돈을 자신이 챙길 수 있다. 이 경우 고의성 여부를 가려내는 데 시간이 소요되고, 설령 적발되더라도 관대한 처분을 받는 편이다. 그러니 아예 진료 없이 숙식제공만으로 영업하는 '모텔형 병원'까지 등장했다.
이와 같은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 누수는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선량한 다수의 보험계약자들이 십시일반 피해액을 보전해주는 셈이 된다. 물론 보험사의 고충도 만만치 않다. 그런저런 문제로 신규고객확보도 어려운 실정이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에 금융·사법 당국과 보험사들이 발 벗고 나선 것은 이제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금감원은 현재 보험조사국을 운용하고 있고, 보험사들도 SIU(보험사기조사팀)를 구축해 대응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기 근절을 위해 관련기관도 긴밀한 공조를 하고 기획조사를 더 강화하고 있다"며 이미 구축한 '보험사기방지센터(insucop.fss.or.kr)'에서 보험사기 유형 및 대응요령을 자세히 안내하고 있고, 보험사기로 의심될 경우 '보험범죄신고센터(전화 1332)'로 신고해달라"고 말했다.
경찰 역시 교통사고를 가장한 보험사기 등 범죄가 날로 지능·조직화됨에 따라 서울시내 4개 경찰서에 '교통범죄수사팀'을 신설해 운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회에서 특별법을 제정하여 처벌수위를 높여야 마땅하다. 보험사기의 경우 형법상 일반 사기죄로 분류돼 처리되고 있는데, 그냥 단순사기로 처벌하기에는 죄과가 무겁다.
【최정은기자 chjngn@hanmail.net】